지난 글
봄을 시샘하듯, 겨울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던 어느 날.
장작을 한 아름 품에 안고 집으로 향하던 사내는 옷깃과 함께 오늘만 버텨내자며 마음까지 단단히 여몄다.
그러던 중, 길가에서 바람에 사납게 흔들리는 한 그루 나무 앞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잎 하나 남지 않은 가지들은 거센 손길에 끌려가듯 이리저리 휘날렸고, 가지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는 바람은 마치 통곡 같기도 한 긴 울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저것은… 나무가 움직이는 것인가, 아니면 바람이 나무를 움직이는 것인가.”
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헤아려도 명확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사내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고개를 떨군 뒤, 풀리지 않은 의문을 품은 채 다시 집으로 향했다
불길이 사그라진 지 오래된 아궁이 앞에서 스승은 차가운 재만 남은 불자리를 끌어안은 채 땔감을 찾으러 간 제자를 기다리며 한참을 떨고 있었다. 그때서야 터덜터덜 나타난 제자를 보자 스승은 번개처럼 호통을 쏟아냈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다 이제야 나타난 것이냐!”
스승의 불같은 화에 숨을 삼키며 놀란 제자는 품에 꼭 끌어안고 있던 장작을 와르르 떨어뜨리고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승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람에 흩날리던 나무에 마음을 빼앗겨 그만, 늦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제자의 엉뚱한 대답에 스승은 잠시 더 꾸짖어야 할지, 아니면 위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오래도록 말을 잇지 못했다.
영원같은 순간. 찰나같은 정적이 지나고서 스승은 적절한 대답을 찾아냈다는 듯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선 마침내 조용하고 담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품 안에 이미 장작이 가득한데, 어찌하여 길가의 나무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