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01

집착이 괴로움의 원인이다

by 무명

이 작품은 ‘서울에 자가를 두고 대기업에 다니는 중년 직장인’이라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성공의 표상을 지닌 김부장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중산층 신화와 그 이면의 불안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김부장은 안정적인 직장과 집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끝없는 성과 압박, 구조조정의 공포, 세대교체로 인한 자리로 인한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회사에서는 더 이상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아니며,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체면을 짊어진 채 고립감을 느낍니다.


작품은 김부장의 시선을 통해 대기업 조직의 냉혹한 논리, 중년 남성의 정체성 위기,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삶조차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담담하면서도 씁쓸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김부장 개인의 실패나 성공담이 아니라, “우리가 부러워하던 삶은 과연 누구에게나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현대 한국 사회의 초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김부장은 부장까지 승진한 것조차 기적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모습만 보아도 굳이 과장·차장 시절을 안 봐도 어떤 사람이었을지 짐작이 됩니다.

‘빤쓰 빨아주고 뒤치다꺼리를 해가며 사수를 상무로 만들어 놓았다’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그는 능력보다는 ‘회사 생활’을 잘한 덕에 부장 자리까지 겨우 올라온 인물처럼 보입니다. (실무 능력은 아주 출중하다고 합니다.)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처세술과 라인을 잘 탄 것으로 부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학벌이 떨어지지만 유능한 후배인 도부장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김부장이 입사하던 무렵, 대한민국은 IMF 외환 위기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그 시절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은 과거시험에 급제한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5년. 김부장이 몸을 바쳐온 회사는 더 이상 단순한 직장이 아니었습니다.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을 회사는 서울 한켠에 가족을 지켜줄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곳에서 키운 아들을 명문대에 보낸 훌륭한 아버지가 되게 해주었고, 어릴 적 형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며 인생 역전의 신화를 쓰게 해주었습니다. 회사는 곧 인간 김낙수의 정체성 그 자체였습니다.


통계적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까지 승진하는 사람의 비율이 0.8% 정도라고 하니 김부장도 마음속으로는 임원 승진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 아프다는 사실 역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었습니다. 25년의 성공이 끝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는 반드시 상무가 되어 본인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합니다. 승진 실패는 인간 김낙수의 소멸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리 희박한 확률이지만 과거 차장이 될 때나 부장으로 승진할 때와 같이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주 잘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복권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간절하게 원하던 것을 갖게 되더라도, 그것으로 인한 행복은 아주 잠깐만 머물고 사라집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은 당연한 것이 되고 마음은 다시 공허해집니다. 그런 식으로 김부장은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차장, 부장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집을 사고, 차를 사고, 가방도 삽니다만 마음은 밑빠진 독같아서 어떤걸로 채워봐도 채워지는 법이 없습니다.

욕망이란 바닷물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괜찮아 질지는 모르나 결국에는 갈증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참지 못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다른 우주에서의 김부장은 운이 좋게 사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사장직 역시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오게 됩니다. 부회장은 회장의 아들이 될 것이고, 그다음 회장 역시 그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사장까지 된 김부장은 만족했을까요? 아마도 노후, 건강, 손자•손녀 등의 새로 집착할 대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지 않을까 합니다.


드라마 속 김부장이 겪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집착 때문입니다. 우리라고 김 부장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돈, 명예, 권력, 지위, 건강, 연인, 친구, 배우자, 명품, 자동차, 집, 맛있는 음식, 성적, 대학,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명품, 여행, 건강, 종교, 정치


우리 인생에 중요한 것들은 너무나도 많아서 이 글에서 전부 나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지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것은 집착이 아닙니다.“


“월급만 받고 적금만 들어서는 평생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 주식, 코인과 같은 재테크 수단을 당연히 이용해야합니다. 따라서 이것은 집착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화를 내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나라가 망하기 전에 하루 빨리 저 놈을 끌어내리고 올바른 대통령을 다시 선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거나 본인과 가까운 사람을 괴롭게 한다면 그것은 집착이 맞습니다. 그리고 집착이란 마치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대고 있으면서 너무 뜨겁다고, 어떻게 하면 난로에서 손을 뗄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소리치는 것과 같습니다.


김부장은 임원 승진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와 직장 선•후배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작 중에서 명품 가방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자동차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집착은 모든 괴로움의 근원입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데 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모든 것은 반드시 변하기 때문에 괴로움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난로가 뜨거우면 손을 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듯, 우리 역시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렇게나 집착하던 것들이 지금은 전혀 미련조차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우리는 이미 집착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는 셈입니다.


집착을 내려놓는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상이 따지고 보면 딱히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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