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는 괴로움의 바다에 떠다니는 중입니다.
괴로운 이유는 늙고 병들고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죽는 것의 원인은 병드는 것이고,
병드는 것의 원인은 늙는 것입니다.
늙는 것의 원인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변하는 이유는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꽃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이유는
눈앞에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꽃이 있는 이유는 내가 꽃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꽃을 가진 이유는 꽃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꽃을 사랑한 이유는 나에게 아름다운 느낌과 향기로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느낌은 내가 꽃과 보고, 만지고, 냄새 맡아서 일어났습니다.
자꾸만 좋은 느낌만을 느끼고자 하는 욕망이 생깁니다.
꽃을 가지면 행복하고 꽃을 가지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믿게 됩니다. 이것이 어리석음입니다.
꽃을 알게 되면서
꽃이 아닌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를 알게 되면서
나무가 아닌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람을 알게 되면서
바람이 아닌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모든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워갑니다.
이제 나는 꽃을 볼 때
꽃이 아닌 나의 마음을 봅니다.
나의 마음이 일어나면
눈앞에 꽃이 태어납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이 일어난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지, 나무가 움직이는 것인지 질문하지 않습니다.
내가 ‘나’라고 믿던 ‘나’는 내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깨달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물과 공기와 같이 가장 평범한 것입니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더 이상 깨달을 것이 없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 다시 깨어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깨달음은 없습니다.
나는 텅 비었고, 세상도 텅 비었습니다.
텅 비어있어서 아무것도 없는데
태어나는 것이 있고 죽는 것이 있을까요?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게 있을까요?
깨끗하거나 더러운 것이 있을까요?
색불이공 공불이색
나는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습니다.
바라는 것이 없으니 두렵지 않습니다.
두려울 것이 없으니 자유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