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의 프롤로그
우리 모두 젊고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부러워하며, 그들처럼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거울 앞에 서면 그들에 비해 어제보다 주름지고 아픈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행인 소식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들이 화려해 보일지라도, 나와 마찬가지로 함께 늙어갈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이 사라져 가는 과정에서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잃을 것도 많고,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두려움은 커집니다.
겉모습에 비해 오래 지속되는 것 같지만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많은 부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은 100년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로써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당신의 생각이고 당신의 진실도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다만 저에게 있어서 진실로 여겨지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죽음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잃은 사람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 막대한 부와 권력, 명예를 누렸던 이라 하더라도 지금 무덤 속에 있다면, 우리 중 그를 부러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것을 오히려 희소식으로 받아들입니다. 내가 가진 것이 적기에, 나는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잘난 사람들’보다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쉽게 떠날 수 있고, 그래서 어쩌면 그들보다 더 빠르게 깨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해 열등감이 컸고, 낮은 자존감 속에서 오랫동안 방황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학벌은 오래도록 저의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저는 괴로울 때마다 술에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지나온 모든 과거가 오늘의 나를 이 자리로 친절하게 안내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은 정확히 일어나야 할 때에, 일어나야 할 장소에서 일어났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거를 붙잡고 있을 아무런 이유가 없기에 현재에 깨어나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잠들어 있습니다.
작년 6월, 우연한 기회로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꾸준히 마음을 들여다본 결과 1년 반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확연해졌습니다.
다만 이 공부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뭔가 해야 될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공부입니다.
처음에는 마치 길 없는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제가 가능했듯, 누구나 걸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이 공부는 똑똑하고 세상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더 불리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머리로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가랑비 맞듯 걸어가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이 찾아옴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찾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이 공부의 전부입니다. 좋은 친구를 옆에 두고 함께 공부하는 것도 좋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한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 시인과 촌장
살아가다 보면 내 안에 ‘나’가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의 존재가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모든 ‘나’는 내가 만들어낸 나이며, 나는 내가 만든 나에게 속아 살아왔던 것입니다.
모든 ‘나’가 내가 만든 것이라면, 모든 괴로움 또한 내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눈은 눈을 볼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을 보았기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귀는 귀를 들을 수 없습니다. 귀는 다른 소리를 들을 때 귀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코는 코를 냄새 맡을 수 없습니다. 코는 다른 것의 냄새를 맡을 때 코가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혀는 혀를 맛볼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을 맛보았을 때 우리는 혀가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피부는 피부를 느낄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을 만졌을 때 우리는 피부가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마음은 마음을 모릅니다. 다른 것을 생각했을 때 우리에게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아무런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눈앞을 바라볼 때 그것과 나 사이에 경계가 있을까요? 있다고 말한다면 생각을 일으킨 것이니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세요. 그냥 있어보세요.
태어날 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것. 그것만이 진정한 나입니다. 아직도 잘 모르시겠나요?
오늘은 예수님과 함께 당신이 태어난 날인데, 아직 잘 모르시겠다면 내년의 성탄절을 기약해 봅시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