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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토키 Oct 27. 2024

광고대행사에 돌아가지 않는 이유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작가님의 책을 읽고나서

구인구직 플랫폼에 이력서를 올려두면 수많은 광고대행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들어봄직한 유명 대행사, 이제 시작하는 신생 대행사... 아주 다양하게요.

일명 업계의 "네임드"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마음이 조금 일렁이기는 했습니다.

떠나올때의 아픔이 조금 옅어지기 시작했나봅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를 병들게 하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으리...'

이러한 선택을 하는데 공감하고 도움을 받았던 책의 내용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 몸과 마음이 지르는 비명을 누구도 듣지 않았고 나 또한 그랬다.

당장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유능함이라고 여겼던 터라 몸을 돌보는 것은 늘 순위 밖이었습니다.

우리 몸은 자체적으로 회복과 치유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리듬이 완전히 고장 난 상태가 바로 소진입니다. 소진이 되면 아무리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고, 뭘 해도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자기 착취의 끝이 바로 소진인 셈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과잉 경쟁의 사회에서 몸은 가장 먼저 희생이 됩니다. 우리는 몸이 고통을 느끼든 어떻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 목표 추구를 위해 최소한의 돌봄과 휴식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자기 스스로 말입니다.


대행사를 한 곳만 다녀 본것도 아닙니다. 인턴을 포함하여 총 네 곳은 다녀보았네요.

큰 대행사건, 중소 대행사건.. 대동소이하다 생각이 듭니다.

청춘의 열정을 갈아넣은 야근과 철야가

이 업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요.

사람으로 돌아가는데, 사람에 대한 살핌이 부족한 이 업계에서

제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퇴사를 하고 난 제 몸은 전쟁을 치룬 폐허같았습니다.

불안장애가 심했고 목과 허리 통증으로 고통에 신음했으며

만성화된 역류성식도염으로 목이 잠겼고

시력은 감퇴하여 1.0이 0.3이 되어 세상이 뿌옇습니다.

꼬박 한달간 목과 허리 문제로 함부로 걷거나 뛰지 못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걷기 시작했으며 대부분 누워 지내는 생활을 했습니다.



-  늘 촉박한 업무 데드라인, 갑작스런 이슈, 갑질...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촉박한 일정에도 갑작스런 요청사항에도 막무가내 갑질에도 말이죠....

열정과 성실로 버티고 또 버티면 될 줄 알았습니다.

사랑도, 공부도, 노는 것도, 모든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힘을 빼는 것은 잘 하지 못합니다. 이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몸은 긴장과 이완을 하게끔 되어 있지만 생각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완이 안 되는 것입니다. 몸에 긴장이 많은 이들은 지나치게 엄격한 생각이나 기준, 그리고 과도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마음은 흔히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몸을 짓누릅니다. 몸은 어떤 일로 긴장했다면 그 일이 끝나고 난 뒤에 이완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마음은 몸의 순환을 깨뜨립니다.


- 긴 근로시간 속에서 몸은 비뚤어져갔다.

정신력으로 버티면 못할게 없을줄 알았죠. 몸이 아픈건 멘탈로 찍어누르다시피 했습니다.

나약한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면 무능한게 되버리니까요..

특히 이러한 자세 불량이 자세 이상으로 이어지는 원인은 바로 '만성적인 근육 긴장'과 '자세에 대한 부주의'때문입니다. 긴장이 풀어지지 않고 쌓이는 것을 '만성적인 근육 긴장'이라고 합니다.  이 긴장이 해소되지 못하고 점점 굳어지면 통증을 초래하고, 이는 다른 부위에 더 큰 긴장을 줌으로써 결국 자세와 활동의 불균형이 초래됩니다. 신체 자각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자신의 자세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그 상태로 머무르게 됩니다.


- 내장기관도 망가뜨린다. 역류성식도염

아프다 말하지도 쉬지도 못하니 속도 썩어 들어갔습니다.

앉아서 일만하고 어디 가지도 못하니 자꾸 자극적인 것을 입에 댔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때마다 기분을 신속히 바꿔주는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이때 음식은 어린 시절에 사탕을 주며 "자, 이것 먹고 빨리 잊어버려!"라며 가짜 위로를 건넨 부모와도 같습니다. (중략) 그러나 음식은 마음을 마비시키고 외면하게 하는 가짜 위로가 됩니다. 음식이 가짜 위로가 될 때 우리는 음식 중독에 빠져듭니다. 기분을 빨리 바꿔주는 가짜 위로는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여 중독 회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탐닉하는 사람들의 뇌를 영상 촬영해 보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자와 유사한 반응을 볼 수 있습니다.



대행사를 다닌다고 다 이 정도까지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행사를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광고 만드는 것은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아프면서까지 해야하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주위에 사회초년생 친구들이 심심찮게 물어봅니다.

'회사 다니기 힘든데, 저 나약한가요? 이 정도는 다들 견디며 사나요?'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면 버티고 또 버티고 있다는 걸 여러번 느꼈습니다.

긴가민가한 정도에도 어느 사람은 빠르게 관두기도 합니다.

 '관둬야 되지 않나..' 싶은 사람은 망가진채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대행사에서 긴 근로시간은 바뀔 수 없는 업계의 관행이라 더이상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광고를 좋아했고 광고를 라이브 시키고 성과를 보고 개선시켜나가는 과정이 즐겁고 뿌듯했었습니다. 

하지만 광고를 대행사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조금 방향을 바꾸어 커리어를 이어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Farew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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