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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j Jan 06. 2017

나는 원래 그런 것들이 싫다

"원래 다 그런 거야 임마"라고 하는 그거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원래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그런 것들이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지는 게 어렸을 때부터 싫었고 지금도 싫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쉽게 대하며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이 싫고,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어려워하며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이 싫다.


나는 학생 때 좋은 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말이 싫었고,

지금은 때가 되면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좋은 집을 얻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이 싫다.


나는 학벌로 사람의 인성이 평가되는 것이 싫고,

연봉이나 지위로 능력이 평가되는 것이 싫다.


나는 대한민국 남자기 때문에 군대에서 2년을 버렸다는 것이 싫고,

여자만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누구의 외모가 비하받거나 조롱당하는 것이 싫고,

잘 생기고 이쁘기 때문에 특혜를 받거나 바라는 것이 싫다.

 

나는 서양은 우월한 것이고, 동양은 저급한 것이라는 편견이 싫고,

잘 사는 나라는 선진국이고, 못 사는 나라는 후진국이라는 개념이 싫다.


나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말이 싫고,

그건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말도 싫다.



근데 무엇보다도 내가 "원래 그런 것들"에 길들여져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장 싫다.

가끔은 나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게 "원래 그런 것들"의 잣대 몇 가지를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이 싫다.


다행인 것은 해외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내가 보지 못했던 "원래 그런 것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며 그것들과 나 자신을 분리시키고 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이 해결에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니 다행이지만, 어떠한 것들은 너무나 나에게 딱 달라붙어 나를 괴롭힌다.


새해에는 "원래 그런 것들"의 불순물을 많이 제거하고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좀 더 나 다운 사람이 되어야 겠다.

 

p.s. 커버 사진은 작년에 중국 윈난 성 쿤밍 여행 중에 찍은 한국식 성형외과 광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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