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j Jul 04. 2017

뭐 좀 먹을까 배고픈데

나에게 음식이란 것의 의미

1. 감각

일차원적이지만 감각은 음식의 본질이다.


제일 먼저 침을 고이게 하는 음식의 향 - 후각. 단맛, 짠맛, 신맛, 짠맛(+최근에는 감칠맛이 추가되었다고 한다)으로 구성된 미각, 매운 것을 먹을 때 혀 끝에서 느껴지는 촉각. 이 세 가지가 합심하여 나의 식욕을 자극한다.


나는 머리가 안 돌아갈 때는 강한 단맛을 가진 초콜릿을 먹는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사천 음식을 먹어서 혀를 마비되게 한다. 삼겹살이나 치킨 같이 기름진 것을 적당히 먹으면 기분이 금방 좋아진다. 고수 나물(향채) 특유의 향과 맛을 좋아한다.


2. 구성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


음식은 우리의 에너지원이 되어 사라지기도 하고, 나의 몸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지방으로 변환되어 살이 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치기는 하지만, 이 사실을 자각하게 된 건 사실 최근 요리를 하기 시작한 후 내가 직접 모든 재료를 손질해보고 나서이다. 여태까지 살면서 그렇게나 많은 음식을 먹어치우면서 이것들이 곧 나의 일부분이 된다는 생각은 몇 번이나 했을까?


(최근 주변에 채식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여태까지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되,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물고 물다 보면 채식주의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사카에서 먹은 초밥

3. 행위

음식을 먹는 것은 하나의 이벤트(행위)다.


사람들이 외식을 할 때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음식점의 인테리어, 그릇, 서비스, 가격 모두 고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이 자주 찾는 식당은 맛 자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떤 요리든 포장이나 배달을 시켜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먹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도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어머니가 뚝딱뚝딱 해주실 때는 몰랐지만, 요리는 내가 살면서 해본 것 중에 가장 창조적이고 큰 성취감을 느끼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설거지를 하는 것까지 나의 일상을 다채롭게 하는 취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4. 사람

음식은 누구랑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친구들이랑 둘러앉아 치킨을 먹던 것, 가족들과 시간 맞추어 집밥을 먹는 것, 애인과 마주 앉아 먹는 것, 자취방에서 나 혼자 간단히 요리해서 먹는 것은 각각 다른 의미와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은 우정이고 사랑이고 자존감이기도 하다.

초보 자취생 요리

매일 세끼 또는 그 이상 먹는 음식이 이렇게도 고차원적인 개념이었다니, 나도 글을 쓰면서 놀랐다. 현실은 그냥 배고파서 입에 쑤셔 넣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나는 "배고파!"라는 내면의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 잘 파악하고 싶다. 그때그때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적절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해외에 산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