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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Nov 18. 2021

내 똥손 때문에, 아이의 삶이 계획한대로 풀리지 않을때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그리고 유치원으로 학교로 보내던 순간들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아이는 유치원마다 떨어지고 결국 사립학교도 떨어졌다. 회사 근처 사립을 보내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할 것 같았는데- 똥손인 내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Sns 에는 어쩜 그렇게 다 원하는 유치원, 학교를 탁탁 붙은 사람들만 있던지.


사실 내 인생에도 무수한 탈락과 실패가 있었는데, 내가 탈락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슬픔과 절망이었다. 내가 덕을 못쌓아서 아이가 좋은 곳을 못가나 싶은 말도 안되는 죄책감까지 ㅎㅎ


그런데 ‘여기를 가서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라는 부모의 바람은 정말 어디까지나 부모의 바람일 뿐이다. 여기서의 ‘좋은 경험’ 이라는 것도 철저하게 부모입장에서 계산된 좋음이고, 아이의 특성과 전체 삶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계산된 결정은 아니다. 그냥 우리는 ‘좋을 것이다’ 라고 모두가 함께 생각하는 방향을 쫓을 뿐.


사실 나는 동생이 아파서 사립초등학교를 다녔고, 동생치료를 위한 이사로 인해 소위 좋은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닐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런 결정들이 나에게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말하지 못할 외로움과 박탈감들이 있었고 최고의 환경이 내게 꼭 좋은 결과만을 주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디에 있을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모든 기억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고 힘이 생겼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놓아둘 수 밖에 없었던 유치원과 학교에서- 나의 아이는 그동안 정말 잘 자라왔고, 그 환경이 주는 이점을 충분히 누리며 적응하고 배워나가고 있다. 그런 아이의 삶을 지켜보며, 나는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완벽하게 예측해서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정말 불가능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원하는 유치원과 학교에 합격되었다면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선호도와 확률이 함께 고려된 어떤 결정을 다행히 할 수 있게 된거고, 여전히 또 다른 역할과 고민은 부모님들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정말 속상한 분이 있다면, 너무 오래 절망하거나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최선의 결정안에서 스스로 자라고 해나갈 아이의 삶을 또 한번 믿어주면 된다.


부모의 역할을 어차피 거기까지다. ‘최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점. 어차피 우리 중 누구도 아이의 수능시험날, 아이의 회사면접날 따라 들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속상한 마음을 안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리고 몇년 전 똥손을 저주 하던 나 자신에게 이 글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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