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잉맘 이다랑 Nov 30. 2018

정말 ‘좋은엄마’가 되어야 할까?

얼마전 을지로 부근에 미팅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어떤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다. 공구, 조명 등이 가득한 거리에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짜잔- 하고 나타나는 보석같은 공간이었다.

출출했던 터라 "연유커피 한 잔이랑 당근케이크 한 조각 주세요" 라고 주문했더니, 주문 받는 분이 "가서 원하시는 잔과 접시를 골라보세요" 라고 대답하는 거였다. 세상에나, 어림잡아 15년 가까이 카페를 드나들던 카페떠돌이 인생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사실 막상 다양한 잔과 접시 앞에 서니 어떤 것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그 고민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 무려 선택권을 주다니! 그 작은 자유함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답이 어디 있겠는가, 내 마음에 좋은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을.

심지어 막상 음료와 케이크가 나오고 나서 보니, 내가 골랐던 그릇은 썩 적합하지는 않았다. 커피보다는 와인이 어울리는 잔이 었고, 당근케이크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함이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이 나쁘지 않았고, 그 그릇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그릇은 여전히 예쁘고 좋은 그릇 이었다.

언제부턴가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좋은 엄마>라는 단어를 보면 복잡한 마음이 든다. 좋은 엄마란 대체 뭘까, 좋은 엄마라는 모양이 있기는 한 걸까, 분명하지 않지만 획일적인 어떤 상을 향해 우리 모두 뛰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엄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신기하게도 엄마마다 색깔이 있고 잘하는 것도 부족한 것도 다 다르다. 분명히 이미 가지고 있는 색깔에서 좋은 부분도 많은데, 우리는 정해놓은 좋은 엄마에 맞지 않는, 나의 어떤 일부분을 탓하며 스스로를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구박하곤 한다.

그릇이 깨져있다면 바꿔야 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떤 그릇이든 어떠냐. 화려하면 화려해서, 심플하면 심플해서 예쁜데-  나는 다양한 삶과 다양한 선택을 하는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공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엄마라는 것이 정해진 어떤 모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가진 장점을 잘 쓰고 있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 불리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기르며 평생 데리고 살던 나의 부족함을 보완하고자 노력한다면 그저 더욱 멋진 것이고.

어쩌면 그토록 이야기 했던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는 아이 입장에서의 충분함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아주 조금 더 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마로서 ‘충분하다’ 는 의미는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의 일상에서 문제가 느껴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