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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Jane Mar 01. 2022

다이빙은 다합이지 _ 2편

찰나를 영원처럼 만드는 여행지

*현재 이집트에 거주하며 이집트 해외살이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실시간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이빙은 다합이지 _ 1편

->전편을 먼저 읽으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따조다합 by 영광쌤 - 감사합니다!




그래도 처음 다이빙을 하며 물을 사랑하기만 하던 어린아이 같은 나를 만났다. 지금도 물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무섭기도 하다. 호주에서 바다 수영을 하다가 *이안류에 떠밀려 죽을뻔도 했고 서핑을 하면서 파도에 대한 공포에 여러 번 휩싸였기 때문에 이제는 바다가 마냥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스쿠버 다이빙은 생각보다 그런 익스트림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바닷속에 사는 누군가의 생활을 평온하게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안류는 해안으로 밀려오던 파도가 갑자기 먼 바다 쪽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해류를 말하며, 일반 해류처럼 장기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출처: 해양학 백과)





물에 잘 가라앉기 위해 6kg 웨이트를 허리에 차고 전신 5mm의 웻수트도 착용했다. 여름이라도 물속에 한 시간 정도 머물면 춥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중유영이나 중성 부력 유지, 핀 킥, **호버링 등 가장 기본적인 기술들을 배웠지만 처음 해보는 것들이기에 생소하기만 했다. 첫날은 6.7m까지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긴장을 해서인지 마로와 진이 다 빠진 채 숙소로 돌아왔다. 라이트 하우스의 오렌지 색 불빛이 첫 다이빙 도전을 축하한다고 토닥이는 것 같았다. 집에서부터 챙겨온 신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당 충전을 위해 초콜릿 스펀지 케이크를 입 한가득 물었다. 이런게 행복이지.


**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둘째 날은 확실히 좀 더 수월했다. 용어를 이미 알고 순서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지 두 번의 다이빙을 통해 18m 바닷속까지 들어갔다. 거북이도 보고 빨판상어와 라이언피쉬도 만났다. 바다 위보다 더 큰 세상이 비밀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 여행은, 새로운 도전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세상을 더 이해하게 한다. 아직도 물속에서 멈춰야 하는 호버링이나 깊이를 조절하는 인플레이팅과 디플레이팅은 어렵기는 했지만 적어도 물속세상에 적응이 된 느낌이었다. 필요한 기능들을 여러 번 연습하고 총 4번의 다이빙을 마치며 SDI 오픈워터 자격증을 땄다.



따조다합 by 영광쌤 - 감사합니다!



자격증을 딴 기념으로 바다를 보며 저녁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닷가에 줄지어 있는 수많은 레스토랑 가운데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호객행위도 심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다합에 바닷바람과 낭만을 느끼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부부 세계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마로는 해외여행을 딱 한 번 가본 여행 초보였다. 그래서 내가 가고 싶고 비교적 정보가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다. 그래야 위험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이유로 중동 쪽은 와보지도 못했었는데 돌고 돌아 이집트 다합에 앉아있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에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고 인연이 있는 장소는 어떻게든 밟게 되어있다는 운명론적 이야기를 나눴다. 구운 해산물의 냄새 때문인지 고양이들이 식탁 아래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오래도록 다합의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다합의 마지막날, 펀다이빙을 예약했는데 South 지역에 Moray Garden과 Golden Blocks을 추천해 주셨다. 라군이 많은 곳이라서 운이 좋다면 다양한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현지 다이버가 가이드로 같이 따라갔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며 다이빙을 한 친구라 물속 지형도 잘 알아서 능숙하게 우리를 안내했다. 두 번에 다이빙을 하므로 중간에 간식 같은 것을 주문할 수 있는데 피자와 따뜻한 음료수를 마시며 약간 추위를 녹이자 우리 앞으로 낙타가 지나가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들을 태운 낙타가 바닷를 배경으로 느릿느릿 줄을 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낙타와 바다라니 다합에서만 볼 수 있는 조합이 아닐까-






두번에 펀다이빙을 통해 해마나 복어도 처음 만나고 어제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인플레이팅과 디플레이팅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다이빙까지 마치고 나니 오랫동안 해 보고 싶었던 무언가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가 쉬워진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불안도가 높아 늘 뒷걸음질했던 나를 조금씩 바뀔 수 있게 도와준 여행이라는 치료제에 감사했다. 이 마음 하나만으로 이전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나를 토닥였다.


다합여행은 우리의 오래된 세계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에어비앤비를  삼아 목적지 없이 떠돌고 글도 쓰고 늦잠도 자고 가끔은 요리도 직접  먹던 느린 여행의 스냅샷들이 이어져 머릿속에서 영사기가 돌아갔다. 기억에 오래 남는 추억은 느리게 흐르는 시간들이 하나로 모여져 단단해지고 그러므로 돌이 바다에 가라앉는 것처럼 천천히  마음 안으로 떨어져야만 가능해 진다. 휘발되지 않는 기억은 결국 얼마나 찰나를 영원처럼 만들  있는지에 달려있다. 당신도 다합에서는 찰나를 영원처럼 만들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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