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녀부장 Mar 31. 2016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홍콩근무를 시작한 지 2주째 되던 금요일. 그야말로 불금을 보냈다. 가볍게 시작한 저녁에 이어, Wyndam Street에 있는 바를 여러차례 옮겨 다녔고 술기운이 돌기 시작하자 우리는 정말 신나게 춤을 추며 놀았다. 막춤을 추며 어찌나 낄낄거리고 흥겹게 놀았던지 공짜술도 몇 잔 얻어 마시고 밤을 불살랐는데...


다음날 멀쩡할 리가 없지. 오전 내내 침대 신세를 지다가, 한국 친구들 소식이나 업데이트 할 요량으로 페북을 열었다. 홍콩의 Umbrella Movement가 본격화되던 때라 페북 타임라인은 한국 친구들의 소식보다는 홍콩 친구들의 포스트로 메워져 있었다. 그 중 10년 전 한국에서 같은 회사에 일하던 후배의 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파리에서 MBA중이라는 것을 간간히 올라오는 페북 포스트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뜬금없이 Umbrella Movement에 참여하러 나간 그녀의 flat mate를 응원하는 글이었다. 이건 뭐지...그렇다면 유정이 지금 홍콩? 메시지를 보냈다. 한 시간도 채 안되어 답이 왔고, 그날 오후 우리는 소호 브런치 카페 ola에서 10여 년 만에 재회했다.  그 덥고 습한 날씨에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몸에 꼭 맞는 세련된 드레스에 하이힐을 갖추어 신고 땀을 비오듯 흘리며 걸어오던 그녀. 한눈에 알아봤다.  


우리가 그렇게 가까웠던 사이는 아니었다. 부서가 달랐고, 그녀는 사실 까마득한 후배이기도 해서 오가며 가벼운 인사와 소소한 수다를 함께 했던 기억이 전부였다. 그녀는 1년 남짓 근무한 후, 그 당시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던 에미레이트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입사하게 됐다.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와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간혹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툭툭 털어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살아낼 거라 여겨졌고, 이후 간간히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승무원 생활을 제대로 즐기면 세계 각 도시를 활보하며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인생의 어느 한 대목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인연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