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부장이라 불리던 그 시절이 리즈시절이라 기억한다.
마음은 눈치없이 아직도 미녀부장, 현실은 어느 새 40대 후반의 중견기업 임원.
딸 둘 중 둘째. 둘째들이 누리는 혜택, 부모님의 덜간섭권을 마음껏 누리며 자유의지 충만하게 성장했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고, 세상 어디든 내 동네처럼 편하게 누비고 살 수 있다 생각한다.
취미는 뭐든 새로운 것 해보기, 연애는 언제나 온앤오프지만 우선순위에서 점차 밀려나는 중이다.
대학 졸업 후 물 흐르듯, 간간이 크고 작은 파도를 넘으며 회사생활을 이어왔더니 이제 간혹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불린다. 직장생활 26년 차,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여전히 그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다. 일을 쉽게 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어떤 새로운 테스크 앞에서도 별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이내 결과물을 들고 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더 이상 유능함이 업데이트 되지 않는 날이 오면 일을 그만두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으로, 주말이면 30대가 모이는 트렌디한 모임에 섞여 들어가 취미활동을 즐긴다. 덕분에 아직은 30대 직원과의 대화가 어렵지 않다고 안도하며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날마다 이른 은퇴를 꿈꾸며 이러저러한 딴짓들을 하고 다닌다. 은퇴 후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트렌디하게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능해져야 한다고 하니, 나는 매일매일 더 유능해지고 싶다.
기대수명 90세 중, 딱 절반을 살았고 나머지 절반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 정신/신체건강에 각별히 신경 쓴다.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데도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타고난 호기심 덕분에 안해본 운동이 없고, 운동감각이 평균이하라는 것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그나마 필라테스와 탱고는 할 수 있는 몸뚱이임을 알게 되어, 전문가 수준을 꿈꾸며 매진하고 있다. 매일 이른 아침 보이차를 우리고 마시는 시간을 통해 정신건강을 지키고 있다. 특히 주말 아침이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 단골빵집에 가서 갓 구운 호밀빵과 바로 그라인딩한 커피를 받아 들고 달리는 일상을 무척 사랑한다.
아침마다 들이키는 영양제가 반주먹이 넘는다. 요즘 또래들 모임에서 얻는 가장 알찬 정보는 역시 건강식품, 미용 관련 내용이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몸 어딘가가 삐걱거리고 이상이 생기더라도 의연하게 유지, 보수공사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으니...나는 매일 새로운 방식으로 유능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