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핑 Mar 22. 2023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자유를



딸아, 능력 있으면 굳이 결혼 안 해도 돼




어린 시절 엄마는 내게 말했다. 능력 있는 여성이 되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그때는 몰랐다. 결혼의 무게를.


나는 19년 차 직장인이자, 아들 둘 엄마다.

인스타나 SNS에서 보는 워킹맘은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에 자신감 있는 모습, 그리고 자녀들도 잘 키워내는 알파걸이지만, 현실의 나는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침 8시부터 일하는 K직장인이다.


대기업 맞벌이지만, 영어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

꿈도 못 꾼다. 그냥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들을 무료로 봐주는 공립초등학교 병설에 보낼 뿐. 학원비도 매월 생활비를 따져가며 간신히 필수항목만 보내고 있다.


결혼의 무게는 언제부터 짊어지게 되는 걸까. 

결혼 초기에는 핑크빛 미래를 생각했다. 양가 부모님께 받을 재산은 1도 없었지만, 맞벌이니까 어떻게 잘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희망. 하지만 아이를 임신하고, 우리도 아이들을 키우려면 ‘우리 집’에 살아야 하지 않을까 라며 영혼을 끌어모아 산 ‘집’ 덕분에 대출의 무게가 ‘턱’하고 추가됐다.




첫 아이의 출산이 다가올 때쯤, 팀장은 내게 말했다.


우리 팀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출산휴가만 하고 와. 육아휴직은 안 돼.


다들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회사 분위기였으나, 나는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돌아왔다. 팀장의 말을 거역하고 육아휴직을 쓸 경우에, 내 책상이 없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이어나갔다. 애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도 늘 내 우선순위는 회사였다.


둘이나 되는 애들을 키우려면 당장 돈이 필요하고,

매월 25일이면 돌아오는 카드값과 은행대출을 갚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에 충성하는 수밖에.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이제는 엄마가 했던 ‘굳이 결혼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결혼과 자식이라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에.


그럼에도 나는 소망한다. 자유의 그날을.

언젠가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과 공간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능함 갱신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