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런던을 다녀왔다.
여행이 즉흥적으로 변했던 게 언제부터인가 생각해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인 것 같다. '일 년에 두 번은 꼭 비행기를 타자.' 10시간 이상 비행해야 갈 수 있는 곳 한 번, 짧은 비행으로 갈 수 있는 곳 한 번. 이렇게 두 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이것만은 꼭 지키며 살자 다짐했다. 익숙해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고 계속 나를 낯선 곳에 던지고 싶어 했다. 분리되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에. 항상 낯선 여행을 동경했고 어떻게든 떠나고 싶어 했다. 통장에 월급이 고정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던 때부터 여행을 위한 저축을 시작했다. 한 달에 20만 원 정도 꾸준히 모아 왔다. 가끔 그 이상을 넣거나 그 이하가 되는 달도 있긴 했다. 운이 좋겠도 해외에 살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어 숙소비는 무료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출장이 잦은 편인 언니를 따라가기도 했고. 올해 4년 차 직장인으로서 처음 했던 다짐은 아주 잘 지켜온 듯하다. 사실 매 년 계획했던 것보다 더 자주 비행기에 올랐던 것 같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연히 쓰는 것보다 버는 것이 많았던 터라 마음 가는 대로 떠나도 불안하지 않았다.
작년 8월에 독립을 했다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다. 월세와 보증금 이자 관리비 그리고 생활비까지 다 더하면 그 정도 되는 돈이다. 일 년 꼬박 모으면 1200만 원. 아빠는 그 돈을 모아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을 가는 게 좋지 않겠냐 했지만 내게는 독립이 가장 우선순위였다.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쓰는 출퇴근 시간을 아껴 뭐라도 더 하고 싶었다. 게다가 완벽한 분리에서 내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집을 구하고 도장을 찍기까지 '독립'이라는 말은 영 어색해 '작업실'을 구한다 했던 때 도 있다. 순수히 작업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으며, 생활이 가능한 곳을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 단어가 입에 잘 붙지 않았던 터. 아무튼 독립을 했고 벌써 1년이 다되어 간다. 매일이 여행이고 매일이 분리된 삶이다. 낯설었던 곳은 금세 익숙해졌으며 그 익숙함은 9일 동안 떠났던 낯선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리는 금세 익숙해졌고 두세 번 드나든 빵집과 마트 그리고 몇 번 버스가 숙소에 닿는지 찾아 않고도 그냥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독립을 하고 나서 온 여행은 가족들과 함께 살던 때의 여행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9일을 떠나 있다 돌아온 지 3일이 되었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기분을 않고 주말을 보내다가 일요일 밤 월요일 새벽의 끝을 잡고 앗다.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지금 내게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내가 소유한 것과 소유하지 않은 것, 독립한 자의 특권과 독립한 자의 곤비함. 지금부터 작고 잦게 조금씩 정리해보자.
혹시 어떠한 여행기를 기대한다면 아마도 그렇진 않을 거라 감히 확신해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