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브랜드
그런 시간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온전했고 지긋이 마음을 전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상을 나누고 배우는, 브랜드살롱 Be my B 에서 두 번째 B:ookchoice 주인공으로 태수님을 모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전 '바다의 마음, 브랜드의 처음'을 뜨거운 마음으로 읽었고 첫 번째 책 역시 브랜드에 대한 일상적인 접근 방식에 많은 생각과 여운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신청 않고 가만히 있으랴. 회사 사람 몇을 부추겨 함께 갔다. 스타일쉐어의 브랜딩, 우리다움은 대체 무엇인지 고민이 깊은 요즘이라 더욱 반가웠던 모임.
저자는 책과 많이 닮아 있었다. 중저음의 편안한 목소리. 무채색 계열의 단정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차림에서 오는 개인의 고유한 스타일. 복숭아뼈를 살짝 덮는 높이의 검은색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준비 해오신 발표 자료도 그랬다. 글과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 폰트와 여백. 나직한 유머. 키노트 첫 페이지를 띄우자 흘러나오던 음악까지. 시작 전 긴장을풀고 잔잔한 분위기를 내보려 넣었다는 배경 음악은, 며칠 전 좋아하는 뮤지션 윤석철을 만나 이 곡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바다의 마음, 브랜드의 처음'에 등장하는 가수 강아솔의 노래였다고.
모임 후 내게 남은 것들은 이렇다. 이틀이 지난 지금, 유독 진하게 기억되는 것 위주로 적는다. 순서는 좀 멋대로다. 작고 연한 글씨로 내 생각을 더했다.
1. 좋은 브랜드는 소신과 경험, 그리고 아름다움을 통해 완성되는 것.
2. '다움'은 약속과 철학. '스러움'은 접점에서 일어나는 활동.
3. 반복이 리듬을 낳는다.
각자의 길을 따라 묵묵히 걷다 보면 리듬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것에 균형을 찾을 수 있다. 태수님의 경우는 (1)브랜드 컨설팅이 잘 하는 일이며, (2)바쁘게 일을 하며 종종 찾아오는 공허함과 '내 것'에 대한 결핍이 균형의 넛지(nudge)가 되어주었고, (3)종종 제주도로 떠나 스스로 편안해지는 공간에서 브랜드를 관찰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아하는 일이었다. 나의 이해는 이러했는데 그 해석이 맞을지는 모겠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질문이 하나. '두 가지로 구분된 일의 속성이 어느 정도 한 트랙 안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관성에 지치지 않고 조금 더 견뎌 낼 수 있수 있으려면 말이다. 덕업 일치 같은 것이 떠올랐다.
4.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변해야 하는 것이 있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가변과 불변. 간헐적이지만 오랫동안 느껴왔던 나의 잔잔한 불편이 있지. 변화의 필요를 알면서도 쉬이 잡지 못하는 걸 보니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노력이 부족한가.
5. 브랜드의 세 가지 기능. 기능적, 정서적, 자아 표현적 기능 중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당기는 것은 마지막. 이 이야기를 들으며 몇 년 전 블로그에 적어 두었던 짧은 글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궁금해서).
6. Q 브랜드 철학이 고집이나 아집이 되진 않을까?
올곧은 브랜드. 오래도록 기억되는 브랜드는 이해를 구하거나 먼저 나서 좋아해 달라 하지 않는다. 혹여 브랜드의 이야기가 고집과 아집으로 느껴질지언정. 프로덕트에 대한 고집과 아집은 되려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
7. Q 지속 가능성을 위한 꾸준한 수익 창출. 중요하지 않나?
중요하다.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큰 생각의 차이를 만든다. 스타일쉐어가 집중했던 부분이다. 수익 성장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함에는 이견이 없다. 성장 없는 브랜드의 철학과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 서비스의 브랜딩은 아마도 가랑비에 옷 젖듯 차근히 해나가는 기조. 그 비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도록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보슬보슬 내리는 가랑비와 함께 먼지가 걷히고 또렷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8. Q 브랜딩을 왜 해야 할까요?
브랜딩을 하지 않는다는 건 뇌 없이 사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처음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몇몇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 했다. 브랜드란 결국 사람을 이야기해서 그런 게 아닐까. 브랜드적인 삶에 대해 생각한다. 금요일 밤 내가 만난 건 브랜드 임태수 였고,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