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 본연의 맛이라
사장님 보고를 들어갔다. 인천지역에 8미9경을 선정하는 작업이었다. 8미라 하면 8가지 맛을 의미하여, 인천 최고의 맛집 8점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우선 16개의 후보군을 보고드렸다.
사장님께서 "왜 길손이 없냐..." 하심
인천은 아구를 물텀벙이라 부른다. 인천의 먹거리로 물텀벙이를 꽤 치긴 하는데, 내가 먹어본봐로는 송도에 있는 현대물텀벙 정도가 맛나다.
"길손은 잘 알지 못하옵니다."
"이런, 지금 당장 가자..."하셔서 오전 11시임에도 불구하도 우리는 자리를 떠났다.
허름하기는 이렇게 허름해도 되나 할 정도를 낡았다. 높이가 맞지도 않는 테이블 4개와, 온돌방 형태로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하는 곳에는 테이블 6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물텀벙이 다 그 물텀벙이지 하고 있던 찰라에 탕이 나왔다. 이웃고 찜도 나왔다.
찜의 고기를 한입 먹으니 맛을 잘 모르겠다. 부드럽기는 젤라틴 정도로 탱탱했다. 매워보이나 맵지는 않다. 감칠맛이 싹 도는게, 이내 멈칠 수가 없다.
흥분한 나는 이모에게 우리 밥공기를 달라고 했다. 밥 안 뽁아 먹을거냐고 해서, 그건 그거대로 먹을거다라고 했다. 그리고 옆 테이블에 쫄면을 사리로 넣는 것을 봤다. 우리도 달라고 했다.
다 먹었다. 찜도 먹고, 탕도 먹고, 밥도 비벼 먹고, 쫄면도 넣어 먹고, 밥도 뽂아 먹고, 깻잎도 싸 먹고, 낙지젓도 얹어 먹고, 미역냉국으로 입가십을 했다.
배가 부르기 전에 다 넣어야 한다. 배가 불러 아픈거는 나중의 일이다.
그렇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오늘부로 끝났다.
길손물텀벙은 배부르다고 막을 수 없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