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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성은 Feb 01. 2024

인사

월간에세이 1월호에 실렸어요.

 


 [안녕-하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안부를 전하거나 물을 때에 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가장 먼저 건네는 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말이지만, 이 다섯 글자의 말로 우리는 타인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한다. 오늘 내가 받았던 '안녕'은 6월의 한낮처럼 뜨거웠다.


 한 번은 아침 출근길, 집 앞 공원을 지나갈 때였다. 젊은 엄마와 대여섯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는 공원을 청소하던 분에게 씩씩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선한 아침 바람을 타고 퍼진 그 아이의 상쾌한 인사는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의 귓가에 닿았다. 나도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인사를 받게 된 분은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안녕!"

 씩 웃어 보이던 아이의 표정과 명랑한 목소리는 공원의 푸른 나뭇잎과 닮아 보였다.


 저녁 퇴근길에는 한 이웃 가족과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게 되었다. 자전거에 앉아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꼬마는 나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 순간, 나도 살짝 놀란 표정으로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이의 부모님은 바로 아이에게 인사를 잘했다며 칭찬을 해 주었다. 나는 예상하지도 못한 아이의 밝은 인사 덕에 정말이지 안녕해질 것 같았다. 고마운 마음에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잘 가"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꼬마야 너도 늘 안녕하길!'


 당신을 만나서 반갑고,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며, 당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말. '안녕하다'라는 말은 어떠한 말보다도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안녕한 날들보다 안녕하지 못한 날이 많았던 청춘의 한낮.


 사는 게 무너지던 순간, 숨을 참으며 우는 것뿐이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나에게 안녕하냐고 잘 지내냐고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이 건네던 따뜻한 인사 속에서 안녕하지 못했던 어제는 지나갔고, 나는 이렇게 또다시 힘을 내며 오늘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안녕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을까? 오늘 만난 꼬마들의 순수한 인사처럼 상대방만을 위한 인사를 한 적이 있었을까? 무엇인가를 요청하거나 이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진짜 인사말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궁금하지 않아도 말버릇처럼 안녕을 물었고, 안녕하지 않아도 안녕하다고 답한 적이 많았다. 반가운 인사만으로도 외로움이 치유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을 때 그랬다.


 대화로, 메신저로, SNS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가는 인사. 나는 오늘 하루에도 20번에 가까운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내가 밝게 웃으며 건넨 인사에 상대방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하다. 내 인사가 가벼이 보이지는 않았는지 조금 걱정이다. 진심이 없는 인사는 빠르게 휘발되고, 인사를 나누던 관계 역시 휘발된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 나의 안녕이 거짓이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느꼈던 것처럼 내 인사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진심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녕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라며, "Hi. How are you?라고 물으면 진심으로 "I'm fine thank you"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라며.


 당신의 하루는 안녕했는지요.

나는 오늘도 당신의 안녕을 빕니다.





나의 이 글이 월간에세이 1월호에 실렸다.

잡지사 측에서 집으로 1월호를 보내주셨지만, 내 글을 내가 직접 구입하고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교보문고에 갔다. 잡지가 있는 위치를 찾아서 가는 길. 내가 책을 낸다면 이런 기쁨이겠지 싶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난 여전히 충분히 괜찮은 사람임을 느낀 날. 행복하고 감사하다.


열심히 쓰고 열심히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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