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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성은 Mar 17. 2019

River flows in you.

평창동 카페 세줄(Sejul)




나의 앞날 그리고 직업에 관해 많은 고민과 의심을 품었을 때, 이곳을 찾았다.

조용한 곳이 필요했고 따뜻한 자리에 앉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을 찾았다.


카페 세줄은 갤러리 세줄(Gallery Sejul), 꽃집과 함께 운영되는 카페로 탁 트인 전망을 가진 곳이다.

통유리 창문 밖 좌측으로는 북악산과 멀리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까지 보인다.

카페 안에서는 작가들의 전시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새어 나온다. 예술에 대해서 잘 모를지라도 눈으로 한번 마음으로 한번 바라본다. 그저 느끼면 된다. 도심에서 이런 카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참 잘 온 것 같다.


나와 친구는 아메리카노 두 잔과 티라미수, 치즈케이크를 주문하고는 창가 빨간색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랑 디저트가 하나의 작품 같은 그릇에 담겨 나왔다. 갤러리 카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센스가 돋보인다.

하나를 먹어도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 나의 스타일과 잘 맞았다. 깔끔한 플레이팅도 카페의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커피 한 모금 케이크 한 입 하며 머릿속에서도 채 정리 안된 고민을 늘어놓는다. 차분하게 말하고 싶어도 감정이 적용되고 만다. 고민을 말하는 데에 육하원칙을 지키는 것은 사치라는 것을.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구조 요청을 하는데 어떻게 말이 안 빨라지겠는가. 어떻게 행동이 안 커지겠는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다 비운 잔에 내 고민을 덜어놓았다. 열댓 번 한 포크질에 고민을 슬며시 묻혀놓았다.




이루마 - River Flows In You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연주곡인 River Flows In You가 흘러나왔다.

고민과 걱정도 강처럼 나의 안팎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혼자 고여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를 받아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적절한 방향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기적 일지 모르지만 나는 또 흐르기로 했다.


이렇게 흐르고 흘러 씻기고 씻기면 내 안의 강물도 맑아지겠지. 아무도 건들지 않은 샘물처럼 깊어지겠지. 누군가가 돌을 던져도 크게 요동치지 않는 넓은 강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오래 있었나 보다. 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넘어간다.

단 것을 먹고 쓴 것은 뱉어두고 온 것 같아 카페 사장님에게 미안해진다.


시간이 지나 그때의 고민은 해결되었다. 하지만 또다시 큰 산 같은 고민이 생겨버렸다.


카페 세줄, 다시 들려도 될까?

지불할 가격에 비해 많은 고민을 덜어두고 올 것 같아 카페 사장님에게 미리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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