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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27. 2015

밀려나는 교사들을 읽고

https://brunch.co.kr/@songjh03/74

관련해서 기억나는 일들 


1.  6학년 담임을 할 때다. 그때는 놀토가 있던 해였는데. 토요일 아침에 학생 어머니가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애기 할머니가 아파서 지금 시골가요"

"네.. 어머니 그럼 오늘 애가 학교에 안오겠네요. 근데 그냥 안오면 결석이잖아요. 이렇게 전화를 주신 건 결석으로 처리 안하셨으면 하는 거죠?"

"네."

"그럼요 어머니 이렇게 하시죠~ 원래는 체험학습이라는 걸 내야 해요. 일주일 전에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 건은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일기에 시골 다녀온 거로 써서 보내주세요. 그럼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아니 왜요?"

"네? 결석으로 원하시는게 아니잖아요~ 그럼 뭔가 해놔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해요."

"아니. 알아서 해줄 수 있는거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해드릴 수 있는게 그거에요. 체험학습으로 제가 처리를 해놓으면 결석이 안될테니까 그렇게 해드리겠다는 거구요"

"...... 네."

그리고는 애가 월요일에 왔는데 일기에는 내용이 슬쩍 있다가 지워졌다. 그리고는 1교시 시작하는데 전화가 왔었다.

"아니.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시는 거에요?"

"네?"

"왜 그렇게 하냐구요~"

"뭘 말씀하시는 거에요? 어머니?"

"일기를 왜 쓰라고 하는 거냐구요. 아픈 할머니 얼굴 보고 왔다고 써내라는 거에요? 내가 너무 화나서 일기도 못쓰게 했어요~"

"어머니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일기를 써오라고 한 건 어머니가 결석을 원치 않으셨고 그래서 제가 체험학습으로 처리하려고 그렇게 말씀드린거에요~'

"아니, 담임재량으로 해줄 수 있는거 아니에요?"

"네? "

"담임재량으로 출석 인정해줄 수 있는거 아니냐구요"

"그건 안되요. 어머니 규정이란게 있는데요~ 저도 엄밀히 말하면 그 규정을 어기는 거에요~"

"아니 왜 해줄 수 있는 걸 자꾸 안해주는 거에요? 예전 담임선생님은 해주셨는데~~ 내가 인사를 안가서 그래요?"

"어머니... 그렇게 이야기 하시는 건...... 지금 제가 뭘 바란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그래요! 어떻게 교사가 학부모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게 할 수 있어요!" 

"하아... 어머니 뭔가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은데 언제 시간되세요? 제가 전화를 드릴게요"

"난 바빠서 못해요!"

"그럼 언제 시간되세요?"

"오후에 일나가야해요."

"그럼 제가 기다릴테니 일 끝나고 오시겠어요? 설명을 좀 드려야 할거 같아요"

"좋아요. 그때 보죠!"

그리고는 학교 출결석규정과 전 담임선생님이 누군지 알아보고 아이에게 어머니가 많이 화나셨는지 확인했다.

당연히 많이 화나셨지. ㅋ (지금이야 웃으며 쓰지만 그때는 뭐...)

저녁 일곱시가 되었다.

어머니와 교무실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표정이 안좋다. 

"어머니 제가 먼저 이야기 할까요? 아니면 어머니가 먼저 이야기 하실래요?"

"제가 먼저 할 거에요!!"

그러시고는 30분 동안 작년 담임은 안그랬는데 왜 올해는 이렇게 빡빡하게 하냐? 나한테 돈달라고 하는 거냐? 우리 큰 딸이랑 이야기 했더니 그건 엄마가 인사를 안가서 그런거다. 라며 마구 화를 내셨다. 

이제는 내가 이야기 할 차례

"좋아요. 어머니 저는 어머니한테 바라는 건 없어요. 다만 학교 규정이 보시듯이 이래요. 이 규정대로라면 작년에 그 담임 선생님 저도 아시는 분인데 만약에 감사 나오면 그분은 100% 걸려요. 원래 할머니 아프다고 시골 내려가는 건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인데 그때 말씀 드린 것으로 대체를 제가 해보려고 했던 거에요~"

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30분을 드렸다.


그 후 이해가 되셨는지 한시간동안 죄송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이가 시골에서 자랐는데 그 때는 할머니가 키우셨는데 학교 교장선생님하고 알아서 할머니가 일하실 때 아이데리고 간다고 교장선생님한테 말하시면 교장선생님이 출석 인정해주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당신의 인생이야기를 하시고는 아홉시가 되어서 헤어졌다. 


사실 그때 알았다. 학생들만 힘든게 아니라 부모도 힘들다는 걸. 그리고 그 힘듦을 누군가에게는 표출해버리고 싶은 거였다는 걸 말이다. 그 표출방법이 공격적이다. 이해는 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건데 말이다. 


그리고는 다음날 수업시간에 죄송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양말 5족을 주고 가셨다. 아마 그 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였을 것이다.



2.  또 한번 6학년 담임을 했을 때다. 약간 설렁설렁 사는 녀석이 있었고 그런 태도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서 참 많이 혼냈던 거 같다. 몇번 큰 사고를 친 적이 있었고 그 사고에는 그녀석과 몇명이 다른 애 바지를 벗긴 적이 있었다. 그때문에 좀 크게 혼도 내고 어머니와 상담도 했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우리애 그렇게 미워하지 마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제가 왜 애를 미워해요~ 다만 이 행동은 잘한 행동은 아니에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어머니를 볼 때마다 항상 무언가 찝찝한 마음이 있었던 듯 하다.

다음해에는 5학년 담임을 했다. 

아이들과 잘 못어울리는 아이가 있었다. 근데 사실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친구들과 접점을 찾아나갈 아이였다. 어머니가 꽤 조급하셨고 상담을 자주했다. 상담을 하면 항상 한두시간을 하고 울고 가셨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 사실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시고 어떤 선생님인가 많이 알아봤어요.”

“네...”

“근데 그때 한 언니한테 김진영 선생님 어떤 사람이야? 라고 물어보니까 그 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야! 물어볼것도 없어 그 선생님 엄청 좋으신 분이야. 그냥 믿고 그분한테 맡겨. 그러면 돼!] 라고 하셨어요"

“네..”

그 어머니가 누군가 했더니 작년에 그렇게 많이 상담한 그 분이었다. 정말 놀랐다. 나를 안좋아 하실거라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엄청 좋으신 분이니 그 분이 하시는대로 그냥 믿고 맡기면 된다고 이야기 하셨다는 게 나로서는 엄청난 감동이었다. 


저 링크에 있는 이야기는 읽으면 참 씁슬하다. 하지만 모든 교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다양하다. 이게 한국의 교실이다. 하지만 저 글을 읽고 꽤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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