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성취감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기
청소, 설거지, 빨래를 싫어했다. 애써 해 봤자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은 것뿐인 것들을. 게다가 어차피 다시 더러워질 것들을.
하지만 근 몇 년에 걸쳐 소유물을 간소화하고 나의 주변을 가꾸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사용하기 이전으로 돌려놓는 행위에서 작은 행복과 뿌듯함을 느끼는 요즘, 일상을 가꾸는 것에 대한 찬사를 적어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흔적을 남기게 된다. 침대에 자고 일어난 흔적, 옷을 갈아입은 흔적, 씻은 흔적, 커피를 내려마신 흔적 등 아침에 남기는 흔적만 적어도 이렇게나 많다. 공중화장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나는 늘 다음 사람을 위해 물을 내리고, 변기 뚜껑을 열고, 휴지가 삼각형으로 접혀있던 곳이라면 휴지까지 다시 접어놓고 나온다. 하지만 이전의 나는 정작 나 스스로를 위해서는 내가 머문 자리를 아름답게 가꾸지 못했던 것 같다.
아침에는 늘 피곤하고, 더 이상 안 되겠을 때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부리나케 준비해서 뛰쳐나온다. 한두 모금 남은 커피잔, 헝클어진 이불,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잠옷 등.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시선을 피하게 되는 것들이다. 옷은 대충 옷장 안에 던져두고, 씻지 않은 식기류가 있는 싱크대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헝클어진 이불속에 다시 들어가 잠을 청한다. 그렇게 옷장의 옷더미에서 한 번 입은 지 세 번 입은지도 모르는 티셔츠를 겨우 찾아 입고, 바닥에 이런저런 물건이 쌓여있는 것을 보며 치워야지.. 하다가 일주일이 가고 주말에 겨우 마음을 먹고 일주일치의 어지름을 겨우 치워놓는다. 치우고 나면 뿌듯해서 이제 매일매일 치워야지 결심하지만 늘 되돌이표였다.
그러던 내가 바로바로 치우는 습관을 들이게 된 계기는 ‘이불 정리하기’였다. 어느 책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에 대해 읽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이불을 정리하고, 물을 한 잔 마신다. 내가 성공했을 때를 상상해보니, 이부자리도 지저분하고 자세도 구부정하면 그다지 멋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 실천했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목표했던 대로 기지개를 켜고, 이불을 정리하고, 물을 마시고 나니 이 성공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커피를 내린 후 그라인더 주변의 원두 가루를 치우고 커피잔을 씻고 전기포트를 비우고 전원을 뺀다. 잠옷을 다시 가지런히 개어 옷장 서랍 안에 넣는다. 목표했던 시간에 집을 나서면 작은 성취감들로 가득한 하루의 시작이다.
좋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가지런히 정돈된 집으로 돌아오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할 때도 깨끗한 주방에서 시작하는 건 기분 좋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여기저기 흩어진 물건들이 없으면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저녁의 흔적까지 바지런하게 다 치우고는 또 혼자 뿌듯해한다. ‘나 참 멋지군!’
아직은 완벽하게 습관으로 잡히지 않은 더라,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여유가 없는 날에는 스멀스멀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사소한 기쁨을 알게 된 나는 이제 좀 더 쉽게 엉덩이를 떼,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