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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 Jan 20. 2023

해주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잘 들어줘.

있는 그대로 들어주었으면 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사는 건 가끔 너무 힘든데

예기치 않은 시련들이 찾아오고,

상심할 일들이 겨우 털고 일어난 나를 자꾸만 다시 넘어뜨려도,

그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그 시간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도,

한 숨 돌아쉬고 예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을 잠시 볼 수 있는 것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기에 힘들어도 견딜 가치가 충분하니까.

그래서 혼자라면 내기 어려웠을 용기를 내고, 없었던 힘이 솟고,

잠깐이나마 삭막했던 마음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질 수 있을까 막막한 날들에도, 답이 없어 캄캄한 순간에도

좋은 노래를 들으면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제목을 적어두고,

맛있는 요리를 보면 너에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레시피를 저장하고,

멋진 곳을 보면 언젠가 함께할 날을 기약하며 오늘을 보내.

그런데


내가 행복한 것도 좋지만,

당연히 내가 행복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너의 세상이 어둡지 않았으면 좋겠고,

네가 살아가는 시간이 조금 더 수월했으면 좋겠어.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이 예쁜 것들로만 채워졌으면 좋겠고

우리가 함께할 세상이 완벽하진 못해도 밝은 기운과 웃음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나만 생각했다면 알 수 없을 기쁨과 가슴벅찬 행복이 있었지만

동시에 내 열정과 의지로만 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는 것도 또렷하게 배웠어.


어려운 선택은 피해가야 한다는 것.

상황이 어려워지면 단단한 마음도 깨어지고,

강력한 믿음도 힘을 잃어버리고,

매력적인 사람도 빛을 잃는다는 것.

거짓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도 퇴색시키는 것.


비록 아무런 힘이 없는 나지만

먼 훗날 미래의 나에겐 지금의 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지.


푸시킨이 그랬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아무튼 말이야

좋은 일들이 찾아올거야 언젠가는.


길고 험한 어둠의 길을 걸어 도착한 터널의 끝에서

"용기내줘서 고마워. 많이 힘들었지? 이제부터는 함께 가자.” 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 있다면

그 외로웠던 시간은 나에게 값진 수업이자 소중한 양분이 될거야.


괜찮아. 이미 다 지난 일이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고생한 나 스스로에게 말해줄거야.

그리고 누군가에게 다시 그런 사람이 되어줄거야.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주는 사람.


어디가 끝이고 어디까지 걸어가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쉬지 않고 걷고 있는 이 길 어딘가에도 좋은 인연, 좋은 일들이 나타날거야.

조금 더 가다보면

어쩌면 모든 우연이 만나

어느날 첫눈처럼 그렇게.



좋아하는 나무가 있어. 그 나무는 내 마음을 알지는 못해도 늘 내 이야기를 들어줘.



When I fell in love with you, I wanted to run to the nearest tree to say I love you.

그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에게 말했어.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이제 안녕

우리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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