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어느 날 나에게 온 꿀이.
꿀이는 발가락이 하나 절단하는 수술을 한 직후였고, 도살장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되었다고 했다. 있던 보호소에서 큰 개들에게 치여 자꾸 다쳐서 가정집에 임보를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많은 개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나가고, 사체들 사이에서 생명의 불씨가 살아있던 개들이 모여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죽을 날을 기다리던 곳. 나중에 접한 도살장 구조 영상은 나를 분노할 힘도 없이 경악하고 눈물흘리게 했다.
지금으로서는 이 아이의 미래에 그동안 받지 못한 사랑과 누리지 못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잘 적응할 수 있는 강아지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고 내 역할은 또 거기까지일 뿐이었다.
임보를 시작한지 한 두달쯤 되었을 무렵, 꿀이의 입양처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캐나다 토론토였다.
조바심과 설렘. 그리고 무한한 행복으로 변화한 우리의 여정.
마침표를 찍는 그 날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했던 그 날이 다가왔다.
공항을 가던 새벽. 마치 다 안다는 듯 운전하는 나만 뚫어져라 보던 꿀이의 작은 체구에서 느껴지던 두려움, 작은 떨림. 하품을 하며 안심해보려 애쓰다가 이내 호기심에 창밖을 바라보며 앉은 의젓한 아가. 내가 마음 다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 순수의 결정체는 먼 길을 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여기.
많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어쩌면 처음 오는 날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꿀이를 보내는 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늘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 애쓰던 맑은 눈망울의 꿀이.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고마운 녀석. 자기가 그토록 아낌없이 마음을 내보여줬는데..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말해주었는데.. 겁먹어 품에 꼭 안겨있던 녀석을 켄넬에 들여보내고 문을 닫는 순간, 체념하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떨군다. 수십번 겪었을 절망의 순간일 것이다. 일생의 대부분을 갇히고 속박되는 삶을 산 꿀이니까. 눈물이 비오듯 흘렀고 무너져내린 마음을 추스를 방법이 없어 하루를 정신없이 헤매며 보냈다.
그 표정이 떠올라 하염없이 울다가, 정신차리고 벤지를 돌보다가. 또 함께 누워 자던 곳, 풀 뜯으며 촐랑촐랑 신나게 걷던 산책길, 늘 꼬리를 살랑이며 나를 기다려주던 화장실 앞, 내가 잘 때 지켜주듯 누워있던 발치의 집, 모든 순간이 머리를 스치고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추억에 미소를 짓다 집을 정리하며 하나씩 나오는 꿀이가 먹고 자고 쓰던 물건들에 또 무너지길 반복하며 울고 웃는 하루.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있는 동안 우선순위로 위한다고 했지만, 보내고 나니 못해준 것만 생각나는 이 마음. 당연하겠지. 두 달간의 진한 추억들이 어떻게 한 순간에 공기처럼 가벼워지겠는가.
임보하던 아이들을 보내면 나에게 남겨지는 무거운 짐. 슬픔, 미안함, 허전함, 안쓰러움, 그리움, 그리고 나를 안도하지 못하게 하는 수십만가지 걱정과 불안. 이런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많은 생각과 고민에 잠식된다. 하지만 이 무엇도 순수하고 연약한 생명들이 느끼는 공포와 고통에는 비할 수 없는 견딜만한 아픔이므로 나는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잠시나마 덜어줄 수 있는 지금의 고통이 있고, 앞으로 가는 길에 더해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면 내가 가진 시간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감히 말할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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