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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un 20. 2019

#10.Rome, Italy

로마는 로마일 뿐.

 연애시절 우리는 다툼이 있을 때마다 매우 전투적이었다. 자존심 싸움이 대부분이라 무의미하고 얻는 게 없었지만 항상 치열했다. 사소한 일로 크게 다투고 쉽게 풀리고를 수차례 반복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로마에서의 기억은 전투의 연속이었다. 

포지타노의 조식은 절경이 메인.

 아름다운 나날들을 간직한 채 포지타노를 떠났다. 아쉬움이 담긴 섬의 전경. 단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였다.

 배를 타고 살레르노로 향했다. 가는 여정 또한 또 다른 묘미의 여행이 된다. 유람선 2층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드문드문 나타나는 섬을 바라보는 것 역시 멋진 관광이다. 살레르노에 내려서 역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케밥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살레르노 기차역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면서 전쟁의 발단이 된 게임 '포켓몬 고'로 신이 난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였고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기에 얼리어덥터인 그가 이 게임에 빠져있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여러 포켓몬들과 함께 여행을 했지. 로마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트레비 분수를 보기 위해 나섰는데 옆에서 길은 찾지 않고 계속 이 게임만 해서 결국 다투고 말았다. 트레비 분수에서 숙소까지 따로 오는 사태까지 발생했는데 어찌 풀었는지 금방 화해했던 것 같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맛 본 젤라또. 3대 젤라또 가게 중의 하나인 'FASSI'

쌀맛 아이스크림이 이토록 맛있을 수 있나. 쌀이 주식인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맛. 명성답게 달달 고소.

 숙소는 한인민박을 이용했는데 민박 내에서 조촐하게 야경투어를 할 수 있었다. 밤에 보는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아벤티노 언덕과 비밀의 열쇠 구멍. 마지막으로 광장까지 다녀왔다. 밤의 로마는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고대 건물들이 굳건히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으니 이곳이 딴 세상인가 싶기도 하고 몽환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한 풍경이었다. 






 2016. 7. 28. THU

 그를 만나고 소심한 나의 성격과 대범한 그의 성격이 자주 마찰을 일으켰는데 화해를 할 때는 그 반대였던 것 같다. 로마에서 여실히 드러난 다사다난한 화해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름을 서서히 인정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잊고 있다 상기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연애의 깊이는 더해졌다. 로마는 늘 그대로이다. 늘어난 관광객 수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웅장한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로마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변했을 뿐. 다시 또 기회가 온다면 그땐 또 다른 느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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