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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Aug 13. 2019

#11.Rome, Italy

바티칸에서의 하루.

  바티칸은 12년 겨울에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학교에서 간 단체관광이라 전시품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지 못했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둘러보기만 했었다. 일정은 빠듯한데 사람은 많고. 고단했던 하루로 기억된 바티칸시국.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현지 가이드가 함께하는 하루 코스를 신청해서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여전히 방문객으로 넘쳐나는 곳이었지만 바티칸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과 숭고함은 견고했다. 

  로마의 관광객은 평일이나 주말이나 상관이 없다. 특히 바티칸시국 입구는 아침부터 긴 줄이 이제는 당연한 장면이다.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알 법한 명작들. 설명과 함께하니 확실히 더 즐길 수 있었다.

  걸을 때마다 미술 서적에서 본 적 있는 작품들을 실물로 보고 느끼는 기분이란, 매우 묘하고 연예인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  

성 베드로 대성당의 상징인 두 작품.

  르네상스 3대 거장들의 대표 작품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과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실물로 보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 할 정도의 작품. 왜 그들을 거장이라 부르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정교하고 세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작품에 담긴 무수한 의미는 평면적인 작품에 생동감을 더했다.   

  온갖 탑은 웬만해선 다 도보로 올랐다. 성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는 전에 왔을 때 오르지 못했기에 더욱 욕심이 났다. 좁은 계단을 무던히도 오르니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선물을 받았다. 오를 때도 내려갈 때도 만만치 않았던 계단이었지만 마지막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상쾌한 바람으로 충분한 보답이 되었다. 

  광장 아래로 내려오니 이미 반나절이 지나가 있었다. 덥다 못해 뜨거운 날씨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조금 지치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알찬 투어였다. 그와 함께라 무엇이든 배가 되는 매직.

Lis Burger

  점심은 바티칸 시국 근처에서 먹었다. 햄버거 가게였는데 현지 가이드의 추천으로 갔다. 크기도 크기지만 맛이 엄청나다!! 가게 이름을 메모해 둔 것이 맛집이라는 증거겠지. 맥주 한 잔과 함께하니 오전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 

  잊을 수 없는 코스. 폼피(POMPI)딸기 티라미수와, 이탈리아에선 실패할 리 없는 젤라또까지. 티라미수는 너무 맛있어서 다음 날 또 가서 먹었을 정도. 

  바티칸 시국 투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씻으니 벌써 사위가 어둑어둑했다. 야경을 보기 위해 선택한 곳은 천사의 성(Castel Sant'Angelo). 엄청난 감흥이 있던 곳은 아니었지만 밤에 산책하기 좋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로마 시내 야경. 로마는 역사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내 한 복판에 오래된 건물들이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함께 공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런 모습을 보니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가 와 대단한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로마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현재에는 늘 인간이 존재하고 있지만 건물만이 그 흔적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016. 7. 28. THU

  우리는 야경을 바라보며 살짝 다퉜다. 다툼의 시작은 놀람이었다. 연애를 하면서 한 번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적 없는 그였는데, 내가 다리 위에 올라앉아서 생수병을 떨어뜨릴 뻔 한 모습을 보고 그가 언성을 높였다. 다리 아래로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사고가 날까 놀란 마음에 큰 소리를 낸 것이다. 나는 또 그 모습에 놀라 머쓱해졌고 우리는 말없이 걷다 숙소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날을 기록한 메모에는 그와 함께라 행복했다는 말로 마무리가 되어있었다. 우리는 사소한 것으로 마음이 상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만큼, 사소한 부분마저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수개월의 유럽 배낭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얼마나 서로를 믿어야 하는 지를 매일 느끼고 체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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