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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r 10. 2021

#18. Cordoba, Spain

뜨겁지만 고요한 도시, 코르도바.

  코로나 시국이 어느새 1년을 넘어서고 있다.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맞이한 코로나 시국은 엄마로의 삶이 전부 인, 다른 자아는 모두 사라진 일상이다. 오랫동안 묵혀둔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까지 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행에 대한 갈증도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기에 추억으로 위로해야겠다.

  그와 나의 여행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한 여름에 간 여름도시 코르도바는 뜨겁고 강렬했다.

  아침에 출발해서 4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기차로 이동했다. 코르도바 역시 두 번째로 온 곳이기에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기차역의 크기도 작고 숙소로 가는 길도 시골마을처럼 조용했다.

  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서 정말 유럽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오래된 건물도 상당히 높았고 건물 사이 간격도 좁아서 확실히 도시 느낌이 더 강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석조 건물들과 다리. 느지막한 오후였지만 뙤약볕이 내리쬐고 우리는 그것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걸었다.

  사진에 다 담지 못한 골목들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식당에서 간간히 새어 나오는 라틴풍의 음악이 배경이 되어 마치 이 순간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다시 방문한 Mezqita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회교 사원으로 로마, 고딕, 비잔틴, 시리아, 페르시아 건축 양식이 혼재해있는 건축물인 '메스키타'. 전에도 그 감회를 밝힌 바 있지만 정말로 독특한 곳이다. 슬픈 역사 속에 어울리지 않는 양식들이 한데 얽혀 각자의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유대인 지구 산책을 해볼까.

  그날의 기록에서 특별히 '유대인 지구'라는 글자 위에 하트를 그려 넣은 걸 보니 이 산책길이 꽤나 좋았나 보다. 골목 안의 건물 하나하나가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와 내가 맞춰 입은 새파란 티셔츠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Bodegas Mezqita

  메스키타 근처의 식당에서 먹은 점심은 소꼬리찜. 그리고 빠질  없는  가지 타파스.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주얼은 비슷하지만 맛은 조금 달랐다. 깊은 맛과 뭔가 서양적인 ? 있으며 육질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풍미 가득한 샹그리아와 정말 잘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잊을 수 없는 수제 맥주 가게. Califa.

  아직도 종종 회자되는 곳이다. 수제 맥주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으나 40℃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에 우리는 맥주를 거의 물처럼 마셨던 것 같다. 취기는 2배속으로 오르고 있단 사실을 간과한 채로.


  그리고 밤이 되었다. 맥주만큼 시원했다. 모든 것이 시원해진 밤이었다. 아늑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이러한 나날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2016. 8. 4. THU

 그날 기록을 보면, '너무 더워서 태양과 하이파이브하는 줄 알았다.'라는 문장이 있다. '덥다'라는 동사에 다 담을 수 없는 더위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진의 순서와 달리 점심을 먹고 메스키타를 갔다는데 샹그리아 한 잔이 와인 한 병과 맞먹는 수준으로 내 몸안에서 작용한 것 같았다. 성당의 꼭대기로 오르는 길이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의 계단처럼 느껴졌으니 태양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곳은 행복한 기운이 가득했다. 뜨겁지만 고요한 풍경과 사람들,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는 역사의 흔적들. 큰 소리를 내어 말을 하기보다는 그에게 속삭이듯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목소리를 크게 하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이날부터 우리는 굉장히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숙소, 식당, 관광 스폿, 모든 곳이 다 완벽했고 우리의 마음도 풍요로웠다. 이 글을 적는 내내 그때의 감정이 느껴졌다. 지치고 힘든 일들만 계속 일어나는 요즘이지만 40℃의 더위도 밤이 되면 가라앉듯이 우리의 나날들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날이 머지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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