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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ul 05. 2022

#23. Seville, Spain.

다시 찾은 여행의 의미.

  다음 날, 물 하나 사 오라는 카톡 메시지에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대답을 했다. 맥락 없이 캡처가 되어 있는 이 대화가 우리의 화해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화해가 쉬워졌다는 건 여행을 위해 합리적인 방향성을 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점심을 먹었다.

La Bartola. 타파스 가게이다.

  점심은 숙소 근처에 있는 타파스 가게에서 먹었다. 애피타이저 형식의 메뉴들을 몇 가지 골라서 생맥주와 함께 먹었다. 해산물과 튀김을 골고루 주문했는데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잊지 않기 위해서 맛집은 영수증을 찍어놓곤 했는데 이곳도 역시 영수증을 찍어놓았다. 다음 날 저녁에 한 번 더 갔을 정도였다. (진정한 또 간 집!)

엘 살바도르 성당.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엘 살바도르 성당 Iglesia Colegial del Salvador 세비야 대성당과 함께 입장권 패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함께 이용하면 할인이 된다. 성당은 웬만하면 다 둘러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성당이 곧 그 도시의 역사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성당마다 이야기와 분위기가 달라서 느껴지는 감정도 다르다. 엘 살바도르의 성당 내부는 입체적인 미술작품 같았다. 조각상 하나하나가 모두 생동감이 있어서 경건함이 느껴지는 기존의 성당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야경으로 유명한 Metropol Parasol.

  유럽의 건물은 대부분 석조건물이다. 하지만 2011년에 만들어진 메트로폴 파라솔 Metropol Parasol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이라고 한다. 벌집 모양으로 정말 독특하게 생겼고 주변 건물과 어우러지지는 않지만(개인적인 견해), 전망대에서 주변 건물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야경으로 유명하다. 막혀있지 않아서 정말 사방으로 도시를 다 볼 수 있다. 세비야를 한눈에 보기 가장 적합한 곳.

Ovejas Negras.

  실패 없는 스페인의 타파스 맛집 투어. 어제는 정말 맛도 없고 멋도 없던 일상이 다시 회복되었다. 세상에, 튀김이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세상에, 야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일이야, 같은 것을 먹고 마시고 보고 심지어 같은 공기를 마셔도 완벽하게 다른 일상이 이어졌다.

  다시 찾은 스페인 광장은 분명, 아름다웠다. 어스름한 불빛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도 다시 낭만을 되찾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없었지만 여전히 손을 잡을 연인들이 있었고 그와 나도 손을 잡고 있었다.






  2016. 8. 9. TUE

  세비야 타파스 집은 모두 맛집이라고 느낌표를 여섯 개나 적어놨다. 이탈리아에서는 음식 양과 맛에서 실패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시차 적응도 되었고 그와 여행 패턴도 어느정도 맞춰졌기 때문에 안정기에 속했던 스페인에서 우리는 꽤나 풍요롭게 지냈던 것 같다. 음식이나 숙소가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날씨도 가장 덥고 이동 거리도 많았지만 체력도 그만큼 제일 힘이 났던(?) 시기였다. 심신이 안정이 되니 예쁘고 좋은 추억도 많이 쌓였다. 코로나 시국을 훌쩍 지내고 나니 이젠 장거리 여행을 떠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왜 싸웠을까 싶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더 돈독해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의미부여를 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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