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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an 24. 2024

2024년 새해 근황과 작은 목표들

비건, 글쓰기, 수행, 귀촌, 보시

한동안 블로그를 안 썼다. 다른 글들 쓸게 많으니 블로그 글 쓰는 건 제일 뒤로 밀리더라.. 근데 또 아무생각 없이 막 글을 쓰는 게 오히려 주의환기에 도움이 될 때도 있는데 말이지.. 

2024년 새해가 된지도 벌써 3주가 넘게 흘렀다. 올해는 특별히 거창한 계획이나 다짐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작년에 해오던 것들을 보다 정성스럽고 진심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꽤 잘 해오고 있는 것 같다. 





1. 비건식, 연말 연초에 모임이 많아서 조금 흐트러졌다. 생선을 조금 먹었고, 버터와 우유가 든 케잌도 먹고, 사골국물이 들어간 떡국도 먹었다. 하지만 모두 사랑이 담긴 음식이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 해서 나도 먹으면서 즐거웠다. 다만 채식 옵션으로 모임을 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수 없는 곳이 많이 부족하다는 건 좀 많이 아쉽긴 하다. 연초에 무뎌진 마음을 다잡고 요즘에는 다시 비건을 열심히 하고 있다. 사람들이 비건 해서 힘들지 않냐, 고기 안 먹고 싶냐고 말하는데 하나도 안힘들고 오히려 즐겁다. 우유나 버터들어간 빵이 가끔 먹고 싶긴 하지만 고기나 생선은 사실 전혀 안먹고 싶고, 요즘은 과거에 먹었던 소, 돼지, 닭, 생선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용서를 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채식이 절대적인 선이고 고기먹는 건 나쁘다 라고 주장하긴 힘들지만, 이렇게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고통 받으며 자란 고기나 생선을 먹으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어떤 함의가 담겨져 있는지 조금더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속을 살아가며 도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건 불가능하고, 완벽주의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육식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많은 사례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긴 한다. 물론 이 또한 판단하고 나의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하려는 에고의 작용인 걸 아니까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려고 하긴 한다.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있고, 내가 모든 걸 판단분별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만, 나는 내가 먹는 것들을 좀 더 청정하게 하려고 한다. 나는 탐,진,치 삼독 중 탐심이 많은 사람인데 확실히 비건식을 하니 탐욕이 줄어들고, 좀 더 청정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좋은 걸 느끼면 계속 하게 되는 힘이 생긴다. 나의 파트너도 함께 비건을 하고 오히려 나보다 더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니 이 또한 참 감사한 일이다. 


2. 글쓰기, 블로그에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매일 글을 쓴다. 1월까지 마감하기로 한 원고를 열심히 쓰고 있고, 회사 일로 책을 낼 일이 있어서 그간 써왔던 것들을 정리하며 원고를 다시 손보고 있다. 여기에 매주 뉴스레터 발행까지 해야하니 어쩌다 보니 글쓰는게 주 업인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한 장씩은 손으로 일기를 쓴다. 읽고 쓰는 걸 어렸을 적부터 좋아해서 이것이 나의 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특출난 재능도 없고 방도도 떠오르지 않아 그냥 생각으로만 남겨두었는데 어느날 정신차려보니 내가 원하던 것을 업으로 삼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다. 사실 나는 전업 작가가 되고 싶을 정도로 글쓰기 자체에 열망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생각하고 통찰한 것을 글로 남기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목적 그 자체라기 보다는 수단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달까. 그런데 너무 읽고 쓰기에 매몰되다보니 일상에서의 수행에서는 멀어지는 것 같아서 올해에는 수행에도 좀 더 시간을 써보려 한다. 




3. 수행, 오래전부터 나는 수행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 전생에 수행하는 사람들 옆집에 살며 오며가며 수행자들의 삶을 동경한 구경꾼이었으려나. 아무튼,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 수행자의삶을 살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수행은 책 읽기나 글쓰기 처럼 열심히가 되지를 않았다. 일단 마음에 너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수많은 유혹에 너무 쉽게 굴복당했으니 아무래도 타고나기를 아주 좋은 근기로 태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 채식을 하면서 마음이 좀 고요해졌다. 물론 채식만의 영향은 아닐테고 일을 줄이고, 사회 생활을 줄인 탓도 있겠지만... 그래서 요즘에는 수행이 아주 조오오금은 더 잘되는 것 같다. 올해 3월에는 학교에 복학해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려 하는데, 명상 수업 열심히 들으며 근기도 좀 키우고, 시간이 허락하면 일주일 정도 수련도 다녀오고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모든 것이 인과에 따라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많다. 이렇게 생각하니 세상의 이치가 좀 더 잘 이해되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다 더 온전히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세상은 나의반영이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삶의 파장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내 삶에는 좋은 일만 일어나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힘든 일을 통해 카르마를 해소하는 건 이번 생에는 피하고 싶은게 또 나의 욕심. 





4. 귀촌,  짝꿍이 회사를 좀 더 다녀야 해서 강원도 귀촌은 좀 어렵다 보니 짝꿍 회사 근처로 장소를 알아보고 있는데, 확실히 경기 남부에 마당딸린 전원주택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타운하우스는 정말 많은데, 타운하우스로 이사할 거면 그냥 지금처럼 아파트에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전원주택만 찾아보고 있다. 몇 주 전부터 용인/안성쪽에 집을 좀 보러 다니고 있는데, 생각보다 매물이 너무 없고, 안성쪽에는 신기하게도 엄청 으리으리하고 큰 매물만 많아서 올해 귀촌을 뚝딱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나에게 필요한 때에 좋은 타이밍으로 집이 나타날 것이라 믿으며 알아봐야지. 귀촌을 하든 안하든 텃밭은 하고 싶은데 텃밭 신청해서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 개인이 하는 사설이라도 알아볼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차라리 베란다 텃밭을 제대로 해볼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 암튼 이건 발리 다녀와서 따뜻해지면 생각해보기! 



5. 보시, 올해 새로운 후원을 세 군데 시작했다. 아주 소액으로 하는 보시이지만 무언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턴가 거의 하지 않았는데, 무언가를 돕기 위해서는 조금 더 돈을 넉넉히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또 내가 버는 만큼 충분히 보시를 하고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니 이 또한 나의 탐심이겠지. 고요한 소리는 법보시를 하는 곳인데, 부처님의 가르침과 관련된 책들을 읽기 쉽게 번역하고 출판해서 500원,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다. J언니에게 이 곳의 책을 추천받아 읽었는데 그 어떤 유명한 곳의 출판물보다 번역도 깔끔하고 문고판처럼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철학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은지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헤택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달 소액이지만 후원을 하기로 했다. 동네의 길고양이를 돕는 카페에도 정기 후원을 신청했다. 동네를 산책하면 늘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고 이 친구들을 통해서 많은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다행히 동네에 고양이들 따듯하게 쉴 수 있는 쉼터도 있고 밥을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만 하지 말고 표현을 하자는 생각이 들어 소액이지만 후원을 시작했다. 시간이 되면 밥주는 봉사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를 구출해서 생츄어리를 만든 동물해방운동의 꽃풀소에도 적지만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소를 구출해서 평생 살리는 일은 누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보일지 몰라도, 상징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인제에 방문해서 직접 만난 소들이 너무 맑고 아름다웠다. 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에 후원을 할 수있어 기쁘다. 올해는 보시할 수 있는 곳들의 수를 좀 더 늘리고 싶다. 한 곳에 큰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곳에 소액을 기부하고 싶다. 올해는 가능하면 엄마랑 같이 방생도 해보고 싶다. 예전에는 엄마가 방생하는 것 이해를 못했는데, 그것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달리 보인다. 




6, ??  ,  1월 내내 열심히 하고 있는 건 Why 워크숍에 참여하는 거다. 이 워크숍을 통해서 나의 Why, 즉 존재이유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걸 찾으면 또 뭔가 새로운 기회나 일로 연결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제 1/3쯤 온 것 같고, 이 과정의 끝에 무엇을 만날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무엇보다 번아웃으로 인한 깊은 무기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감사하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에너지가 생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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