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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Feb 27. 2024

우붓일기, 벌써 다시 한국으로! 나는 무엇을 배웠나?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벌써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한 달 이라고 하면 아주 긴 시간 같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정말 찰나의 시간이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가는 이 과정은 탄생에서 시작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삶의 여정과도 꽤나 비슷한 것 같다. 어떤 의도를 세워 여행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일들을 만나고 그것들을 헤쳐 나가고, 기쁨을 느끼고 실망도 느끼고, 때때로 힘들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가는 것. 마치 삶이 윤회하듯 여행도 언젠가 다시 시작되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들, 요가에 대한 생각들 


이번 여행에서는 역대급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일을 겸하는 한 달 살기 였고, 우붓은 이미 여러차례 와봐서 특별히 보고 싶은 것도 없었기에 뭔가를 봐야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롭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하려고 한 건 요가수련인데, 덕분에 겨울 내 굳어있던 몸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예전에는 요가를 할 땐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모아 한계를 넘어서려 노력했다. 안되는 자세가 나오면 왜 나는 우연하지 않을까, 왜 나는 힘이 부족할까 좌절하기도 하고, 요가를 잘하는 다른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언젠가 나도 열심히 해서 저렇게 요가를 잘했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은 오히려 요가 수련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신기하게 요가 자세를 잘 만드는 것에 더이상 아무런 집착이 남아있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예전에는 내 몸하나 컨트롤 못하면서 어떻게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몸을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더 잘하고 싶었다. 요가는 좋은 수련법이다. 하지만, 요가 아사나 만들기가 목적이 되는 순간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고 아사나 만들기라는 새로운 탐심이 수련자의 마음을 지배해버린다. 이제 요가를 할 때 자세에 집중하기 보다는 호흡 그리고 몸에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한다. 요가 아사나 수련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것은 집중과 몸의 건강이기에 더이상 자세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명상보다 중요한 것, 계율을 잘 지키는 삶


붓다는 인생은 고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 윤회의 고리를 끊고 해탈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팔정도를 제시한다. 팔정도를 좀 더 간략하게 압축하면 계,정,혜(삼학)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깨달음(해탈)을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래와 같이 계정혜를 잘 지키는 것이다. 


계 - 계율을 잘 지키고 

정 - 고요한 마음을 훈련하고 

혜 - 지혜를 키우는 것 



예전에는 깨달음을 얻으려면 명상을 열심히 하거나 요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정을 얻고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고, 그럼 삶이 편해지고 깨달음을 얻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팔정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의 시작은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명상을 많이 해서 선정을 얻어도 삶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그 선정은 바른 선정이 아니고 우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수많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 나는 그들이 실제로 어떤 신통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능력은 명상을 통한 선정력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집중하는 힘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니까. 그들에게 부족한 건 무엇일까? 바로 '계'이다. 애초에 바른 견해를 가지고 바른 생활을 꾸려나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선정을 얻는다해도 우리는 바른 길로 들어설 수 없다. 오히려 선정으로 인해 얻은 능력과 경험은 우리의 에고를 무한대로 부풀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요즘엔 명상이나 요가 수행 보다도 일상의 계율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번 발리 여행에서는 그래서 길을 걸을 때 개미나 곤충을 밟아 죽이지 않도록 평소보다 조심히 걸었다. 한 달 동안 술도 마시지 않았다. (여름 나라에서 마시는 화이트 와인과 맥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큰 일이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로 노력했고, 남을 판단하지 않고 가급적 모두에게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때때로 남을 보고 판단하는 마음이 자동반사처럼 올라왔다. 수십년 동안 익숙해진 본능과 습관을 바꾸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채 끊임없이 비슷한 고통을 겪으며 끊임없이 윤회하는 거겠지만... 





여행이 아닌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 


더불어 이번 여행에서는 더이상 나에게 예전과 같은 여행은 필요하지 않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여행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기 위해 떠도는 과정이었다. 이 여행의 끝에서 삶에 대한 진실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기를 바랬다. 나를 바꿀 수 있게 도와준다는 워크숍들과 유명한 요가 선생님, 구루가 만든 명상 센터들을 여행하며 진리에 가닿기를 간절해 바랬다. 혹은 역할 속에 갇혀서 희미해진 진짜 내 모습을 찾아,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어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떠돌아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이미 자유롭고, 진실되고, 진리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계를 지키며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의 진실을 지키는 것, 일상에서 집중을 연습하는 것, 지금 나의 자리에서 감사하며 참회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단순한 것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날들을 길위에서 여행하고, 어딘가에 있을 파랑새같은 진리를 찾아 헤매였는지도 모르겠다.  




감사한 날들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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