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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Mar 05. 2024

비트코인과 탐진치

비트코인 가격은 왠만해선 잘 확인하지 않는다. 당장 사고 팔 투자 자산이 아니라 언젠가 미래에 과거의 금, 지금의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건전화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기에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을 확인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심리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기분이 좋지 않고, 요즘 처럼 시황이 좋으면 괜히 기분이 들뜨기도 한다. 이렇게 들뜨는 마음을 발견할 때면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인생을 통해 얻고 싶은 가장 큰 것은 탐진치를 소멸하는 건데, 투자란 것은 본질적으로 계속해서 인간의 탐욕을 자극할 수 밖에는 없으니까. 그래도 예전보다 투자에 임하는 마음이 훨씬 더 차분해지긴 했다.


지금 비트코인을 비롯한 수많은 코인에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걸까? 인생을 건 투자로 극소수의 누군가처럼 수저가 바뀌고, 인생이 바뀌기를 기원하며 매일 코인창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종종 내 계좌에 +로 찍히는 숫자가 어떤 절박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녹인 값으로 쌓아올린 숫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모른다. 일부 경제학자들이나 관료들은 내재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의 끝은 제로에 수렴할 것이라 여전히 이야기한다. 환경론자들은 비트코인이 전기를, 물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흑백논리로 무장된 경직된 사고로 비트코인을 바라보면 비트코인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트코인에 자기가 가진 돈에 대한 욕망 혹은 열등감을 녹여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비트코인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급해지고, 배가 아프고, 비트코인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모두 본질이 아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이 책들을 추천한다.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534497&start=pnaver_02 


사토시의 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2373449 


한창 비트코인이 떨어지던 시절 비트코인에 대해 노래를 부르고 다닌 적이 있다.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의미를 알고 있냐고 책을 추천하고 비트코인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들 중 과연 몇 명이나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진짜 가치를 이해했을까?


난 차트 같은 건 볼 줄 모르고, 투자 타이밍 맞추는 것도 잘 못하지만, 내가 정말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 세상을 (적어도 지금 내 생각으로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무언가에 투자할 때에는 아무리 마이너스를 찍어도 심리적으로 별 타격을 받지 않는데, 이게 생각보다 투자하는 데 꽤나 좋은 심리적 특성인 것 같다. 모건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최고의 투자는 밤에 발 뻗고 잘 수 있는 투자라고 하는데, 나는 전체 계좌가 -50% 찍을 때에도 발뻗고 잘 잘 수 있으니까.


아이러니하게 계좌가 그렇게 내려가니까 내 삶에서 사실 돈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구나 라는 너무 당연한 진리가 새삼스레 다가왔다. 나를 정말 즐겁헤 해주는 것들을 누리기 위해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아는 건 엄청난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다. 역설적으로 계좌가 오르면 오히려 마음이 들뜨고 괜히 습관적으로 계좌를 확인해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정말 안좋은 습관인데, 요즘 비트코인이 계속 오르니 궁금한 마음에 평소에는 잘 확인도 안하던 코인 계좌를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탐욕의 마음의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것을 알아차린다.


확실히 하락장에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건 행운이었다. 들뜸에 휘둘리지 않고 비트코인의 철학을 공부하고 나의 논리를 계속해서 확인하기에 하락장 만큼 좋은 시기는 없을 것이다. 비슷한 의미로 최근 3년의 테슬라 투자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테슬라 주가는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그 덕분에 전기차는 물론이고, 휴머노이드, AI, 에너지 까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그에 더해 나만의 확실한 뷰를 가지게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이미 얻은 듯 하다. 언젠가 비트코인처럼 테슬라의 시기도 올 것이라 믿지만 이젠 솔직히 그 시기가 언제가 될런지 잘 모르겠다.


여튼 재미있는 시기이다. 동시에 탐진치를 버리기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겪으며 인류는 또 어떤 방식으로 변해갈지 나는 이 투자와 수행을 함께 잘 병행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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