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토리 Oct 12. 2015

공명(共鳴), 번역하는 자의 행복한 숙명

 

번역계의 거장, 일본 문학의 대표 번역가 김난주 선생님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났다.

<번역인의 내일>이라는 표제하에 진행된 대화식 강연에서 김난주 선생님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작품에의 이입, '공명'이었다.


공명(共鳴)

원작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
등장 인물의 마음 안에 흐르는 감정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것.

그러므로 번역이란,
내가 느낀 작품의 흐름, 그 공명 속에서 나온 언어.



사실 나는 이제 막 역서 한 권을 낸 초보 번역인이다.

그리고 내가 번역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공명' 때문이다.



작년 봄, 우연히 읽은 중국 에세이는 미친 듯이 내 가슴을 두드렸다.

9년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둔 뒤 마음이 이끄는 길을 찾고 있던 때였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꿈을 찾는 것이 신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던 때였다.


나보다 열 살은 어린 작가가 쓴 한 문장 한 문장은 고스란히 가슴에 와서 박혔고, 내가 느낀 이 희열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갈망했다. 그렇게 도전했고, 그렇게 번역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번역가가 작품을 만날 때마다 매번 전율을 느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감하고 완전히 이입한 작품과 아닌 작품의 결과물은 다를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재밌게 읽고 작품에 완벽히 몰입한 독자가 되어 우리 언어로 책을 재탄생시킨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그렇기에 공명은 번역인의 숙명이자 행복이다.



김난주 선생님이 번역가로 데뷔한 스토리를 들었다.

일본 문학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번역을 시작해 동료들과 나눠본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내가 번역을 시작한 동기와 비슷함에 너무나 반갑고 감사했다.

중국 작품을 읽으며 느끼는 소중한 감정들을 진심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우리말로 전달하고 싶다. 일본 문학이 그러했듯, 중국 문학도 언젠가는 한국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