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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솔 Apr 23. 2023

외국에서 애매한 차별을 겪어본 모든 사람들에게

유학생, 영주권, 본토 상관없는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장애물 이야기.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Sorry, 'Buen Camino' project didn't get green lit.


미안하지만, 너 프로젝트 '부엔 까미노'는 선정이 되지 않았어.


나는 38살 늦깎이 유학생이다. 완전 토종한국인이고 다만 꾸준히  해서 원어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지역  출연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영어의사소통역량이 나름 괜찮은 편이다.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서 영화제작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토론토 영화학교에서   나는 시나리오에 아주 자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정말 최선을 준비했다. 보통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나면 후회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후회가 아니라 뭔가 옳지 않다는 느낌이었고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 담당 여교수님과  케미가 조금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가. 나의 개인적인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교직경력 10년 교사의 사고력으로 합리적인 의심이 나오는 것은  없다. 지금 해당 결과가 나온 지 한달정도가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때를 생각나면 화가 난다. 그때 심사위원들이 전부 백인이었다. 인종 차별은 아니지만 의사소통과정에서 어떤 이질감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 후로 토론토에 살고 있는 캐나다 교포 친구를 만나서 하이킹을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한국분들이고 본인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서 완전 캐나다인이다. 내가 이번에 있었던 일을 조심스레 말해보았다. 그 친구는 자기는 언어로는 문제가 없지만 중학교 때부터 항상 다름을 느끼고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본인만 아시아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자기는 다른 캐나다인들과 다르다고 느끼며 차별이라고 하기보다는 이질감을 항상 느끼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와 같은 교포들을 만나면 어떤 마음인지 바로 이해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외국인이고, 정서가 다르며, 조금 드센 성격의 내가  심사위원들에게 좀 드세보였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루는 흑인 캐나다인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 친구는 10대 초에 캐나다로 이민을 온 친구다. 내가 이번에 있었던 일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며 차별이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뭔가 석연찮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본인의 어릴적 십대 초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기가 벤치를 앉아 먼저 앉아 있던 백인 여학생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있었는데 다른 학생들은 그냥 쳐다보고 있어서 그때 굉장히 속상했다고 말을 했다. 


아시아인이라서 다름을 항상 느끼고, 흑인이라서 놀림을 받고. 마이너의 숙명인가, 혹은 마이너들이 느끼는 예민함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혹은 나를 스스로 마이너로 넣음으로써 연민의 대상으로 삼고자 내가 자기위안을 하는 건가 생각도 해보았다. 


최근에 용기를 내서 친한 캐나다 친구에게 내가 피칭 했을 때 녹음파일을 들려주었다. 내가 프리젠테이션 한 내용을 분석할려고 녹음을 해 두었는데 차마 혼자 들어지지가 않더라. 자기 영상이나 목소리를 한 번쯤 녹화혹은 녹음해본 사람들은 알지 않을 까 싶다. 다행히 그 친구는 함께 들어주었고, 피드백을 해주었는데 이 친구가 이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아니라서 현장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때문에 피칭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내 피칭이 괜찮게 들린다고 한다. 상처가 그래도 조금은 아무는 듯 하다.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주변 혹은 교수님들과 관계도 쌓고 했었겠지만, 현재 이곳에서 내린 결론은 내가 압도적인 실력을 갖는 것 이라고 흑인 친구에게 말을 했더니 뭔가 씁쓸하지만 수긍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 나와 같이 뭔가 석연찮은 일을 해외에서 겪은 분들을 위해서다. 당장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나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구나. '하는 1차원적인 공감만이라도 힘이 될 때가 말이다. 물론 이런 마음으로 그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납득이 안되는 일을 겪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혼자가 아니예요.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는 일이예요. 당연한 일 아니고, 반드시 바꾸어야 할 일들이예요. 혹시 지금당장 못 하더라도 기억해 놨다가, 우리가 그 포지션에 갔을 때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기분이 좀 나쁠 때는 이것도 괜찮아요. 

"이런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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