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어느 순간 떠오른다
태풍이 온다고 한 날이었다. 사람들과 돼지국밥을 먹고 있던 어제 해질녘 등장한 무지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인스타그램에도 엄청나게 많이 올라오고 엄청나게 예쁜 노을과 무지개가 있었다고.
인스타그램 때문에 카메라를 놓은지라, 인스타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그렇다고 인스타를 안하지도 않는다...).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은 다 보정빨이지 않냐며 구시렁 궁시렁 거리게 되었고, 그러다 문득 어렸을 때 봤던 무지개가 떠올랐다.
그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하게 되었다. 내 일생 일대에 봤던 무지개 중에 가장 신기했던 무지개였기에 아무리 식사 중이라도 이 이야길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시점은 나의 초등학생 시절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무조건 가방만 놓고 놀이터로 가던 시절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가방을 놓기 전 놀이터를 먼저 간 후, 누가 있으면 그대로 놀고 없으면 집에 들렸다가 다시 갔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 시절 이런 저런 놀이도 하고 군것질도 먹으면서 놀다보면 어느 순간 다 같이 쉬는 지점이 오게 마련이다. 그 때 누군가 소변이 마려우면 누군가 놀이터 한쪽 벽에 소변을 누웠고 보통은 따라 소변이 마려워져 다 같이 소변을 누는 장면이 펼쳐지게 된다.
그 날도 놀다가 하얀색 벽이 칠해진 화장실 건물 벽 앞에서 소변을 함께 누는 중이었다. 놀이터에 올 때부터 그 아파트를 떠나는 날까지 우리가 소변을 누던 놀이터 화장실은 항상 잠겨 있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화장실 건물을 앞에 둔채 매번 그 화장실 건물 벽에 소변을 눌 수 밖에 없었다. 장점이라면 건물이 열려 있었다면, 1~2명씩 소변을 봤겠지만 함께 볼 수 있었다는 걸까?
그렇게 함께 소변을 보던 그 때, 갑자기 거기서 무지개가 떠올랐다. 거짓말이 아니라 함께 소변을 누던 그 공간에서 무지개가 있었다. 거기 있던 누구도 보지 못한 그림이었다. 다들 신기하게 보았고 그 뒤로 한참을, 아니 아파트 놀이터를 떠나게 되는 그 날까지 수십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 날과 같은 무지개를 다신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뜬금 없는 생각 덕분에 새 글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