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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Dec 21. 2019

어렵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듣니!


유치원을 다닐 듯한 꼬마 친구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듯한 동생을 보고 저렇게 말하는 걸 듣곤 웃었다. 누굴 닮아서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지만, 저 말 자체는 부모님이 집에서 하는 말을 닮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니.


어렵다


나도 물려 받은 말이 있다. 아버지가 가끔씩 하는 말인데, 본인이 어려울 때는 쓰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어렵다"라는 말 속에는 '잘되면 좋겠는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즉 본인에 관한 일이라면 노력을 한다던가, 도움을 청한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포기를 하고 잊어버린다던가 하는 방법들이 있다. 그런데 그게 나의 일이 아니라면, 타인의 일이거나 내가 손이 닫지 않는 영역의 일이라면 "어렵다"라고 되뇌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래서 나도 그럴 때마다 '어렵다'라고 생각한다.


연말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뭔가 서로 잘되려고 서로 잘해보려고 뭔가 일을 만들었지만 상황은 계속 어려운 상황으로 가버렸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낼지, 나쁜 결과를 낼지 모른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건 좀 심했었다. 모두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다달은 결과는 모두에게 아무 것도 없는 제일 나쁜 결과라니.


이렇게 내 손을 떠났지만 신경 쓰이는 일들이 여럿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었다. 그 중에 제일 어려웠던 건 바로 그 때 그 감정 그대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정작 너무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폭풍이 지난 간 후에야 글을 쓸 시간이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도 이렇게, 아쉽게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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