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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Jul 02. 2020

왜, 실패, 했는가

한알? 아니. 처음이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반알만 먹어야겠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때 였다. 명절 때 였고, 대기업에 다니던 고모부가 명절 당일날 겨우 시간 맞춰 오신 적이 있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오시고는 일이 바빠 점심식사만 하곤 서둘러 다시 서울로 돌아가셨었다. 고모부가 오셨다고 고모부와 놀 것도 아닌 것을, 그렇게 서둘러 가는 모습에 마음속으로 서운했던 기억이 났다.




이번 주 일요일 사촌 결혼식이 있다. 하루 먼저 올라가서 맛있는 걸 같이 먹고, 내가 사는 집에서 하룻밤 자고 결혼식에 가면 어떻겠냐고 전화기 너머에 계신 아빠가 제안을 했고, 나는 거절했다. 자는게 불편하면 부모님은 근처 호텔에서 자겠다는 수정된 제안도 거절했다. 미안한 일인줄 알지만, 서운함을 많이 느낄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나에겐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다. 그렇게에 도우지 오셔도 된다는,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곤 아닌 것 같아 다시 전화를 드릴까 했지만, 또 다시 내가 아니게 될거 같아 그냥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이런 일이 있었고 죄송하지만 안될 거 같다고.




잠이 덜 깼나? 눈은 9시 즈음은 깻던 것 같았다. 작은 스크린을 들곤 잠을 깨려는 건지, 다시 잠에 들려는 건지 모르는 시간을 보냈다.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를 하나 꺼내 들곤 책상에 앉았을 때는 딱 10시가 되어 있었다.


7월 1일. 지구는 어느덧 2020년의 반환점을 돌았고, 그 시간 그 시점에 우리는 지나버린 2분기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2020년 7월 1일 오전 10시에.


평가지의 가장 앞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리고 그 이름 제일 뒤에는 내 이름이 맨 앞에 적혀 있었다. 점수를 적어야 하는데. 다른 곳에 적어 놓은게 있는데. 잠시 정신이 나가 있었다.


0.35.


수 많은 전 세계 사람들이 태어나서 가장 우울한 분기를 보냈을 것이다. 나도 비슷했다(최악이었는지는 좀 고민해봐야겠다). 이번 분기는 몹시 슬프고 엉망징창이었다. 책 한권도 못 일고, 뭘 공부하지도 못했고, 다른 것은 하나도 할 수 없을 저도로 여유도, 진행도, 결과도 없는 기간이었다.


뭘까? 뭘까? 뭘까.


뭐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왜 이리 힘도 없고 의욕이 없을까? 잘 하고 있는 걸까? 안 맞는 걸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닌가 원래 맞는게 없는 건가? 쉬어야 하나? 운동을 해야 하나? 좀 더 자야하나? 침대가 불편한가?




우울 할 때, 멜라토닌을 먹으면 더 우울해 질 수 있다고 한다. 어제 반알을 더 먹었어야 했나? 아니면 반알을 더 먹어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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