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에서의 첫 주 근무가 끝났다. 시리즈 영화의 2편을 볼 때면, 보는 내내 1편이 생각나듯, 지난 5일은 4년 전 첫 한 달 근무할 때를 계속 생각나게 했다.
되돌아보면 전 회사에서의 첫 한 달은 거리감을 두고 일을 했었다. 법적으로는 회사 소속이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아직도 공통 창업했던 그 회사에 머물러 있었다.
새로운 회사는 창업한 지 1년 만에 시리즈 A로 30억 투자를 받았다. 내가 입사한 직후에 투자를 받았는데, 그 소식에 기뻐해야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슬픔이 더 컸다. 4년 넘게 했지만 결국 시드만 받고 끝난 우리 회사가 계속 생각나서.
첫 출근 후 한 달 동안은 매일 점심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마음속 불편함을 감추려고 점심 먹으면서 나눌 이야기를 매번 생각해 갔다. 안 그러면 마음 아픈 전 회사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반재로 잘 나가서 마음 아픈 현 회사를 듣거나 둘 중 하나로 가는 게 싫어서였을까? 4년 전 기억이라 그때의 감정은 기억나지만,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땐 그랬다.
한 가지 좋았던 점은 그렇게 내가 소속된 회사와 마음속에 소속된 회사가 다르다 보니, 퇴근 후 마음이 편했다.
더 이상 집에 가서, 어떻게 해야 서비스가 잘 될지, 유저를 모을지, 투자가 어떻게 될지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집에 가면 정말 마음 편하게 Slack이며 메일이며 모두 끊고 평온한 상태로 온전한 나의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들어가지 얼마 안 되어서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 사람이 없다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 회사가 되었다. 시리즈 B 투자를 받을 땐 내일처럼 기뻤고,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나갈 때는 내 일처럼 슬펐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일도 많아지고, 일은 안 하더라고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잠을 못 자거나 악몽을 꾸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에서야 말하건대 그건 과몰입이었다.
내가 정의 내린 과몰입이란 본인의 권한보다 더 많이 회사의 몰입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A라는 일을 맡고 있고 A가 어떻게 하면 잘 될지 고민하고 잘 될 때 기뻐하고 안될 때 실패하는 것은 옳은 몰입이다. 그러나 내가 영향을 줄 수 없는 B의 실패에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을 받는다면 그건 회사에 너무 과몰입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과몰입이 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예를 들면, 나는 한화이글스 팬이었는데 야구를 보다 보니 어느 순간 한화이글스에 과몰입하게 되었다. 경기를 이기면 기쁘지만, 경기를 지거나, 행복수비를 하거나, 꼴찌를 하거나 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기분이 나빠졌다.
문제는 내가 한화이글스의 1명의 팬일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한화이글스의 승패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음에도,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하면 좋은 팀이 되고 우승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과몰입에 빠지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내가 한화이글스에 과몰입된 걸 알지만, 내가 경기를 보나 안보나 승패와 상관없는 걸 알지만 질 때 스트레스받는 건 어찌할 수가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그곳을 떠나는 것이다.
과몰입되면 안 되었는데 어떻게 흘러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지금 회고해 보면 그게 가장 잘못이 아닌가 싶다. 과몰입을 안 했거나 혹은 권한을 위임해 주는 곳이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전자는 나의 실수이고, 후자는 그곳의 구조적 문제이다. 내 전자는 안 그러도록 노력하고 다음 회사를 갈 때 후자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은 해보자 라는 교훈을 얻었다.
금요일 날 퇴근 하면서 4년 만에 주말 다운 주말이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느낌을 그대로 계속 가져가려고 한다.
예전처럼 과몰입 하는 잘못을 만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