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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H-1B 비자 수수료 10만 달러 인상 조치는 겉으로는 미국 시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외국 인력의 무분별한 유입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행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외국 인재 고용을 신중히 검토하게 만들고, 그 결과 자국민 고용을 더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일부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국내 근로자들은 단기적으로 외국 인력 경쟁자 감소라는 혜택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과 다양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경제학자 마이클 클레멘스는 H-1B 제도가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혁신을 촉진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며, R&D 투자를 확대하여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하버드대와 UC 데이비스 학자들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외국 고급 인력 유입은 미국 내 STEM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했고, 이에 따라 내부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H-1B는 미국 근로자와 경쟁하기보다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객관적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퓨 리서치 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H-1B 신규 승인자의 약 74%가 인도 출신이었으며, 중국 출신은 약 11%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에 종사하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적인 IT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은 2023년 가장 많은 H-1B 비자 승인을 받은 기업으로, 글로벌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학문 분야에서도 H-1B 비자는 외국 출신 교수와 연구원들을 미국 대학으로 유치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어 왔습니다. 미국 내 대학들은 STEM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의 연구 성과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 학자와 학생들의 활발한 유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이 제도가 사실상 차단된다면,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의 국제 경쟁력은 반드시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경제학자 브리타 글레넌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H-1B 제약이 강해질 경우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 내 고용 대신 해외로 사업을 이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 근시안적으로는 내국민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특히 첨단 기술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 때문에, 혁신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인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여전히 유럽과 아시아에 비해 앞서 있는 핵심 이유는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혁신 생태계에 있으며, 이 중심에는 다수의 외국 출신 인재들이 존재합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엘론 머스크 역시 외국 출신 기업가이며,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역시 러시아 출신 이민자입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인재들이 미국으로 모여 창업과 혁신을 이끌었던 것이 미국 경제의 장기적 경쟁 우위의 기반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수수료 장벽으로 인해 인재들이 더 이상 미국을 선호하지 않고 유럽, 캐나다, 호주, 혹은 아시아 주요국으로 이동한다면, 미국은 점차 그 우위를 잃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수수료 인상은 단기적으로 일부 내국민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인재 유입을 막아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곧 미국 경제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던 자리를 스스로 내어줄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우상향을 기대하며 S&P와 나스닥 지수 기반 상품에 투자하거나,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들이 계속된다면, 이전과 같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전과 같은 성장세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