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이다. 새로운 카메라로 찍듯 하늘도 구름도 선명해진 캐나다 여름이 보인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캐나다 하늘은 무의미하게 푸르렀다. 기쁨과 씁쓸함이 뒤섞인 감정이 몰려왔다.
캐나다에서 1인 가구로 2년을 살았다.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내게 필요했던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꽤나 외로웠다.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있었다. 독립을 하면서 먼저 배우는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날씨는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서부 기준으로 겨울은 우기다. 여름이 끝나고 6개월 동안 비와 눈만 내린다. 이따금 해가 뜨는 좋은 날이 있지만 4시면 해가 다시 떨어진다. 해를 즐길 시간이 그다지 없다. 만약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면, 캐나다의 겨울을 지내보고 결정하면 좋겠다. 캐나다의 여름은 살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니까. 최고보다는 최악의 환경을 살아보고 중요한 선택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캐나다라고 삶이 그렇게 쉽지 않다. 비싼 임대료와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환경. 처음에 캐나다에 도착하면 비숙련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서툰 영어와 불안한 비자 때문이다. 비싼 월세와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서 직업 하나만으로 살기 퍽퍽하다. 워라밸의 나라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의 것은 아니다. 알게 된 백인 친구는 하루에 10시간씩 6일 일을 한다고 했다. 어떤 캐네디언은 투 잡은 기본이라고 했다. 가족과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워라밸의 나라이지만 모두의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떠오르는 생각을 전부 믿지 말자. 내 감정은 내 생각에 따라 변화했다. 변덕스러운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계속해서 내 생각의 그림이 바뀌었다. 날씨도 한몫 거들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긍정적인 생각이,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부정적인 생각이 절로 났다. 이러한 생각을 직접 만나서 말할 사람도 없다 보니 꽤나 힘들었다. 하지만 이럴 때 기억해야 하는 점은 내가 떠오르는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 부정적인 생각은 잠시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순간을 적시고 그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컨트롤하는 방법이 생겼다. 걷기이다. 무작정 걸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가서 걸었다. 모든 소음을 차단한 채 걸었다. 물론 모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말끔히 지워주지 않았았지만 효과는 있었다. 지금 혹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몰려온다면 그것들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간다.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언제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한지, 내가 삶에서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인지 등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질문의 답을 알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만의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이전보다는 선택이 조금은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변한다. 5년 전의 나와 지금은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겠지. 이렇게 변하는 나를 인정하면서 내가 가진 생각이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여백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내 생각이 언제나 옳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어느 영국인 기자가 한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은 교육, 명예, 외모, 직업적 성취에서 스스로를 불가능한 기준에 획일적으로 맞추도록 너무 큰 압박을 가하는 나라라고 이야기했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요구하고,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패배감을 느끼는 환경이다. 남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캐나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다양한 인종과 나라 사람들. 교육, 명예, 외모, 직업적 성취들도 다양하다. 그만큼 다양한 선택들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과 문화는 우리도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한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타인에 대한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문화가 생긴다면 한국은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자. 떠나기 전, 이제 간다는 작별 인사를 이웃과 친구들에게 나눴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해줬다. 짧은 편지와 직접 짜신 담요, 달콤한 초콜릿, 키링과 아크테릭스 바람막이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작별 인사와 선물을 하러 편의점까지 와줬다.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어느 이웃은 내 친구에게 나의 한국 주소를 물어봤다. 나는 친구를 통해서 영문 한국 주소를 알려주었다.
래리 할아버지의 조언처럼 나는 사람들에게 늘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이곳에서 지낸 2년 동안 나름 잘 살아온 것 같다. 힘든 일과 짜증 나는 상황이 몰려올 때면 종종 표정관리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좋게 봐주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굳이' 친절해지자.
20대 후반, 캐나다에서 살았던 경험은 내게 행운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세계를 나눴다. 그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하며 결국 내 생각이 달라지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내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나는 먼 길을 떠나도 봤고, 그 길로 돌아도 와봤다. 하지만 그 어느 길도 내게 쉬운 길은 없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내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잊지 않으려고 쓴다.
새로운 시작은 늘 두려움을 불러온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면 별 거 아니라는 것쯤은 이젠 안다. 새로운 삶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불안보다는 설렘이 가득한 지금, 나는 아직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