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Korea
한국의 여름은 3년 만이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올 때 여름은 피했다. 사실 피했다기보다는 캐나다의 여름도 성수기이기에 휴가를 쓸 수 없었다. 완전 귀국을 한 후 처음 맞이한 한국 여름. 여전히 습하고 더웠다. 건조하고 시원했던 캐나다의 여름이 자주 생각났다. 건조했던 내 얼굴은 한국의 여름 앞에서 번들거리고 기름기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느껴서인지 꽤나 무서운 더위였다.
귀국을 한 뒤 한 달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놀았다. 밤에 술 마시고 낮에 해장하는 삶. 대부분 친구들이 직장인이다 보니 낮엔 심심했다. 더 이상 평일 저녁에 친구들을 부르기도 미안했다. 나도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었다. 새로운 분야로 도전했다. 다행히 운이 좋아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공부하는 학생처럼 일이 끝나도 남아 업무 파악에 집중했다. 뜨거운 여름 속에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나를 쪼개서 사용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나를 믿고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해야 할 예의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일의 시작이 여름이라는 것. 낮이 길고 에너지가 넘치는 여름이어서 그런가 지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도 조금씩 적응이 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계절이 가고 있었다. 가을이 여름을 밀어내고 있다. 아침과 밤에는 가을 냄새가 묻어있다. 유려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유난히도 긴 하루 끝에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었다. 믿고 의지할 사람만 주위에 있다면 인간은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
뜨거웠던 여름날도 가고, 신선한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여름 끝자락에 캐나다의 삶이 떠올랐다. 나의 캐나다의 삶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깊은 가치를 깨닫게 하였다. 분명 힘들었지만 나는 그 시절을 풍요로운 시간으로 추억하고 있다. 지나간 모든 순간들은 앞으로 다가올 한 순간에 덮인다. 가을 냄새가 깃든 늦여름 밤을 나는 달리고 있다. 나무들 사이에 뜬 달빛은 꽤나 교교했고,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