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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ife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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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Sep 19. 2023

끝나지 않은 캐나다 이야기, 친절

Life in Korea

최근 드라마를 보다가 한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인공이 한 공간에서 오랜 기간 생활을 하다 떠나는 장면. 그 장면에서 나는 캐나다 추억 문고리를 열었다. 갑자기 캐나다 이웃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특히 드라마 장면처럼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장면들. 살다 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 진짜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 이별들이 아주 먼 기억처럼 느껴졌지만 3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세 달이 점심과 저녁 사이만큼 순식간에 지나갔다. 잠시나마 과거와 현실의 경계를 잊고 있었다. 삶에 적응하려다 보니 캐나다의 삶은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진 것일까.


내 주위에 있던 이웃들은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했다. 한국으로 귀국 전, 몇몇 이웃들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 자주 연락 하진 않지만 종종 안부를 묻곤 한다. 일하다 알게 된 이웃이자 한 손님이 페이스북 포스트에 글  하나 올렸다.


글을 올린 사람은 암에 걸렸던 손님, 지나. 게시물 속 그녀의 얼굴은 꽤나 밝았다. 마지막 그녀의 모습처럼 말이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글을 올렸다. 글을 읽어보니 마지막 항암치료까지 잘 마쳤다는 내용. 완치의 내용은 없었지만 그녀가 해야 할 치료과정을 견뎌냈던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 속 듣기 좋은 소식이었다.


사진 속 아들은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것보다 키가 확실히 커져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금방 크나보다. 나에게 캐나다로 다시 올 거냐고 묻던 그녀가 잘 버티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내게도 낙관적인 에너지가 생겼다.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수 있구나.


그녀의 남편인 트레비스. 나에게 항상 웃어주고 근황을 물어봐줬다. 종종 깊은 대화를 나눴고, 타지 생활에 대해 응원도 해줬다. 그리즐리 곰처럼 덩치가 컸던 그와 마지막 인사를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한국에 와서 지인들을 만나며 캐나다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혼자서 2년 동안 그 시골에서 살았냐고 내게 물으며 의아해했다. 힘들지 않았냐고, 외롭지는 않았냐고 내게 물었다. 물론 힘들기도, 외롭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지나와 트래비스 같은 이웃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결국엔 사람에게 치유받는 존재인 것 같다. 인간은 서로 그런 존재들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린 인생에서 자신만의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힘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타인은 알지 못한다. 곳곳마다 있는 세상은 고독함에 무겁다. 하지만 누군가의 친절 조금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한 계절이 갔다. 침묵을 지키는 파란 하늘은 높고, 바람 속엔 가을 냄새가 묻어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기분이 좋아진다. 올 6월까지 캐나다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날씨이다. 확실한 건 캐나다의 삶은 내게 얼마간의 깊이를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동안 이웃이었던 래리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Be kind, (친절하게 대하고)

Be positive (긍정적인 사고를 하세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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