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영어 학원 생활
학생이었던 시절. 시험이 끝나고 상담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많은 경험 속에 묻힌 것인지 아니면 인상 깊은 상담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대부분의 상담이 와닿지 않은 이유는 하나 있다. 많은 말이 나를 위해서였겠지만, 정작 ‘나를 이해한 말’은 아니었다.
시험이 끝이 났다. 내신 영어 강사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 하지만 우리는 다시 펜을 잡는다. 각자의 학교 시험지를 분석하고, 하위권, 중위권, 상위권, 극상위권 각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내기 위해서다. 그렇게 나는 상담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노력이 부족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상담실에 들어온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시험지 분석에 들어간다. 내가 형광팬 쳐 준 곳, 직전 대비 때 강조 했던 부분에서 시험에 나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하!라고 외치면서 언제나 밝은 학생.
"이 결과를 보고도 행복하니?"
"네, 선생님. 하하하하"
그러면 나도 따라 웃음이 나는 학생들이다. 노력이 부족했음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공부량이 부족한 만큼 숙제량을 늘려주고, 타이트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노력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 긴장을 많이 하거나, 스스로를 몰아붙인 학생들이다. 좋지 못한 결과를 보고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은 해도 안 되는 학생이라고 마음을 먹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럴 땐, 꼼꼼한 시험지 분석은 나중이고, 위로가 먼저이다.
“괜찮아. 지금 이렇게 힘든 건, 네가 진심이었기 때문이야. 나는 네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얼마나 준비했는지 다 봤어.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 영어는 결국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언어야.”
내신 시험, 수능 시험은 언젠가 인생에서 끝이 난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노력의 흔적은 내 안에 쌓이며 인생은 계속된다. 바람 없는 날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쌓인 무언가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된다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가르쳐준 문법 개념은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해준 말 한마디, 응원만은 잊지 않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펜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