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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18. 2023

'금주'하니까 행복합니까?_1편

- 6년 금주를 선언한 나와 짝꿍

우리는 애주가 부부였다. 아니 애주가 부부이다. 10년 동안 애주가로 각자 활동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함께 애주가로 활동해 왔다. 결혼생활 13년 동안 정말 열심히 마셨다. 최선을 다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지만 몸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게 당연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시는 것이다. 이러다 죽겠네 싶게 마시고도 며칠이 지나면 또 술이 생각난다. 얼마 전에 샤이니 '키'가 과음을 한 다음날 아침 -또 술 먹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놓고 그날 순댓국으로 해장을 하며 소주 한잔을 곁들일지 말지를 고민을 한다. 그리고는 -난 사람새끼가 아닌가 봐-라고 말한다. 그 장면을 보며 모든 애주가들은 공감했을 것이다. 그런 날들이 많고 많았던 사람들을 애주가라고 부를 테니 말이다.


어디가 많이 아프냐고?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 크게 고장이 났다기보다는 여기저기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특히 얼굴에 주사염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먹지 말라는 것 중에 술은 아예 말씀도 안 하셨다. 얼굴에 염증이 생기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술, 담배니까. 맵고 자극적인 것, 기름진 것, 인스턴트는 먹지 말고 돼지고기, 닭고기도 자제하라고 하셨다. -그럼 뭘 먹어야 하나요 선생님!-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작년 9월이다. 5개월 전 내 얼굴은 신생아들이 열꽃이 핀 것처럼 양쪽 볼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심지어 진물이 흘러 딱지를 만들기도 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면 손도 많이 부어있고, 컨디션이 참 안 좋았다.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몸이 이렇게 신호를 보내도 술을 계속 마시고 싶은가? 그런 나 자신에게 지긋지긋해지면서 어째서 이렇게 술을 가까이하고 사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 탓을 하기엔 나 스스로가 술을 참 좋아하지만, 우리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횟수라도 줄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건 나 혼자 끊는다고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조절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멀리하는 게 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 생각에 잠이 오지 않던 새벽에 짝꿍을 깨웠다.


그날 우리는 희승이가 성인이 되는 그날까지 금주를 하기로 결심했다.


크•••맥주야! 6년 후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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