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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16. 2023

너처럼 예쁜 아이

_ 사랑하는 희승이에게

네가 이만큼 자라는 동안 너에게 받은 수많은 사랑을 이제는 느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때가 있다. 둘째는 더 이쁘고 셋째는 더더 이쁘다고 하던데 말이야. 너는 외동이어서 너무 좋았고, 지금도 좋다고는 하지만 다 커서 혼자라는 게 가끔 외로울 때가 있을 텐데 조금 걱정이다.


주말 내내 아파서 누워있는 나를 무심하게 들여다보며 챙겨주던 모습을 보니 다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 시간쯤 같이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더라. 주말에 일하시는 아빠를 대신해서 내 옆에 있어주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어린 시절과는 다른 애정표현으로 나를 대해주는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왜 그때 그 순간에는 몰랐을까. 더 잘해줄걸. 더 많이 놀아줄걸. 못난 나를 탓할 뿐이다. 준비되지 않았던 엄마여서 미안해.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할게. 혼란으로 가득 찰 너의 남은 십 대 동안 따뜻한 둥지가 되어 주고 싶다. 사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이 여기저기 가득 차 있다는 걸 너는 이미 알고 있으니 지금처럼만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마술을 좋아하는 너, 그림을 꽤 잘 그리는 너,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는 너, 큰 소리로 웃는 너, 노래 흥얼거리기를 좋아하는 너, 책 읽기를 싫어하는 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너, 태웅이와의 전화통화를 즐기는 너, 억울하면 울어버리는 너,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말하는 너, 6학년 친구들이 그리운지 꿈에 자꾸 나온다는 너, 멀리 전근가시는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꼭 찾아가겠다는 너, 모든 너를 사랑한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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