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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Dec 27. 2023

500원을 훔쳤다.

_뜬금없는 도둑질 고백

6-7살 때쯤 되었을까. 앞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TV위에 빛나던 동전 500원이 눈에 들어왔다. 갖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을까. 그 집에서 노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소꿉놀이도 하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가 집에 올 때 500원을 집어 들고 나왔다.


그 500원으로 뭘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갖고 온 후에 내내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고, 다시 갖다 놓고 싶은 마음과 그냥 갖고 싶은 마음이 교차했다. 도둑질을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고, 그 느낌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있다.


그 후에 내가 한 도둑질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중학생 때였나? 그 당시에 꽤 큰 문구점이 새로 생겼는데 구경을 갔다가 펜 한 자루를 교복 소매에 넣어 그냥 나왔다. 돈이 없던 것도 아니었는데, 펜 한 자루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 당시에는 이렇게 작은 건 훔쳐도 된다는 생각과 훔쳐서 공짜로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쾌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 펜은 평소 내가 쓰던 스타일도 아니어서 쓰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뭔가를 훔치면 마음이 불편하다. 도둑질이 들키지 않더라도 결국 그 죄책감으로 죗값을 치르고 만다.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내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그까짓 것 없어도 되는 걸 욕심내서 도둑질해봤자 마음에 찝찝함만이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도둑년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어린 도둑은 자라서 어른 도둑이 되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이 글을 빌어 사죄를 합니다. 문구점 사장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집 가족들에게도 미안해요. 누구한테도 말해본 적 없는 도둑질을 고백하며 오늘 글쓰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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