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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un 16. 2017

상상하는 대로

98- 조지 헨드릭 브라이트너

조지 헨드릭 브라이트너, 저녁의 암테르담 운하, 캔버스에 유채, 30 x 41 cm


어둠 속에서 창의 불빛은 환할 뿐 아니라 따뜻하게도 느껴진다.  행인 둘이 지나가다 말고 창가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밝은 창이 아니라 어두운 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쩌면 창 안쪽에서 났던 무슨 소리가 이들의 주의를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노래나 웃음 같은 왁자지껄한 소리 말이다. 아마도 다른 창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그 창만이 열린 문틈으로 비치는 불빛에 그 소리의 정체를 살짝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더 상상의 나래를 펴자면 이들은 지나가는 행인이 아니라 집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임이나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거나 이런저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들어가고는 싶으나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이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그림의 정경에 서글픈 비감이 더해진다. 모든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그 상상을 투영한다. 저녁의 푸근한 불빛이 어른거리던 운하 거리도 어떻게 바라보고 상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인상으로 다가온다. 


조지 헨드릭 브라이트너(George Hendrik Breitner : 1857 - 1923)는 로테르담 태생의 네덜란드 화가이다. 헤이그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으며, 헤이그의 주요한 예술가 모임인 풀크리 스튜디오의 멤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그 스스로 헤이그 화파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였으며, 오늘날에는 암스테르담 인상주의자로 간주되고 있다. 실제로  20대 중반인 1882년 빈센트 반고흐를 만나 그와 같이 헤이그의 빈곤 지역을 스케치하러 다니는 등 작업을 같이 하기도 하였다. 노동자나 하녀와 같은 하층민 모델들을 선호하였는데, 스스로 자신을 인민들의 화가로 생각하였다. 그는 또한 도시 풍광을 뛰어나게 묘사하는 화가이기도 하였다. 항구 모습이나 구도심의 철거나 건설 현장, 댐이나 빗속의 운하 등을 그렸으며, 세밀한 붓질을 통해 역동적인 거리의 모습을 포착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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