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언제부터 멕시코였나
멕시코. 좀 더 정확히는 메히꼬. Mexico라고 쓰는데 좀 더 정확히는 e 위에 띨데 ´ 찍고 México라 쓴다. 읽을 때 메, 에 강세를 줘야 한다. 메!히꼬. 이렇게. [히]도 한국어 [히] 말고 약간 목구멍 긁으면서 가래 뱉듯 ㅋ과 ㅎ 사이의 소리로. 메!히꼬.
아마 지금쯤 당신 머릿속엔 커다란 모자를 쓰고 판초를 입은 배불뚝이 아저씨가 커다란 선인장 옆에서 기타를 치며 “오오, 세뇨리따~” 어쩌고 저쩌고 하는 노래를 느끼하게 부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 그래, 그 아저씨는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르고 있을 것이다. 데낄라를 빼먹어도 안 될 것이다. 어쩌면, 마약 때문에 그렇게 난리고, 여기저기서 총질하느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나라라는 국제 뉴스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미국 사회 내에서 점점 많은 지분을 차지해 나가고 있는 히스패닉 혹은 라티노, 혹은 불법 이민자와 미국-멕시코의 국경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멕시코 오기 전까지만 해도 2012년에 세계가 멸망할 거라 했던 마야 문명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어차피 대학 가도 지구는 멸망할 테니 우리는 오늘에 충실하게 야자를 제끼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야 한다고, 두어 번 핑계를 대며 친구를 꼬드기곤 했던 기억도 같이.
사실 딱 저기까지가 내가 멕시코에 오기 전까지 알고 있던 전부였다. 멕시코 오기 직전 학기에 이렇게 가선 안 되겠다 싶어 관련 수업을 듣긴 했지만, 종강과 함께 휘발되어 버린 강의 내용.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동네 이름도 입에 익지 않아서 몇 번이고 혼자 속으로 되뇌어야 할 만큼 낯설었다. 과달라하라, 과달라하라, 과달라하라. 아즈텍, 마야, 잉카. 내가 알 게 뭐람. 마추픽추를 가고 난 뒤에야 고대 문명 – 이라 해야 할지 중세 문명이라 해야 할지 애매한 – 이들의 위치를 제대로 짚어낼 수 있었다. 까막눈.
오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멕시코 까막눈이었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인류학박물관이 흥미롭기보단 질릴 정도로 넓게만 다가왔던 내가 당신에게 멕시코에 대해 이야기한답시고 이것저것 떠드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사실 그다지 많이 알지도 못한다. 다만 나는 지금 나는 공부 빼고 뭐든 재밌는 시험기간이고, 어느덧 멕시코 생활을 정리해가는 중에 게을렀던 나와의 약속을 조금이나마 성실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끄적이고 있다. 나의 멕시코가 어땠는지, 정리하기 위해.
가볍게 시작하자면 이거다. 멕시코는 언제부터 멕시코였나. 사람을 처음 만나면 다들 통성명부터 하니까 나도 당신과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적당할 거 같다. 멕시코라는 이름.
한국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도 대한민국이 정식 명칭인 것처럼 멕시코 역시 멕시코 합중국 Estados Unidos Mexicanos이 정식 명칭이다. 한국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도 대한민국이 정식 명칭인 것처럼 멕시코 역시 멕시코 공화국과 멕시코 연방이 동시에 쓰인다. 옛날 아즈텍 지역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이 살던 지역을 메쉬꼬-떼노치띠뜰란México-Tenochititlan이라 불렀다. 메쉬꼬의 저 쉬는 영어의 sh 발음을 생각하면 된다. 그 뒤엔 스페인의 식민지였는데 누에바 에스파냐Nueva España라고 불렸다. 누에바nueva는 새로운, 에스파냐España는 스페인이다. 영국과는 달리 식민지 건설 사업이 본국의 연장선상에 놓인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서라는 특징이 드러나는 명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810년 독립전쟁부터 America Mexicana, Anahuac, Dominio Mexica, Nacion Mexico, Republica Mejicana 등 많은 변화를 거쳐 1917년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진다. Estados Unidos Mexicanos.
멕시코라는 단어 자체의 어원을 살펴보면, 일단 이 단어는 나와뜰 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단어의 뜻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첫 번째는 ‘달’을 뜻하는 metzli ‘배꼽, 중앙’을 뜻하는 xictli, 그리고 장소를 나타내는 접미사인 co가 합쳐졌다는 것이다. Metztli + xictil + co = Me-xi-co 이렇게. 뜻은 달의 배꼽, 혹은 달의 중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왜냐면 과거에 이 명칭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Texcoco 호수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던 이 섬에 그들의 도시인 메쉬꼬-떼노치띠뜰란México-Tenochititlan을 세워서 살고 있었는데, 스페인 정복자들이 와서 볼 때 이 호수의 모양이 달 표면에 그려진 토끼와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그 섬의 위치가 딱 배꼽에 해당하는 위치였다고 한다. 다른 해석으로는 'Mexihtli의 장소'라는 해석으로 “Mexi”, “Mexicali”라고 불리 돈 아즈텍의 신 “Huizilopochtli”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달의 배꼽, 낭만적이고 귀여운 발상이지 않나.
이름을 부르니 그가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시의 한 구절을 되뇌면서 새벽잠을 헤매고 있을 당신에게 멕시코가 이전보다는 좀 더 가깝게, '달의 배꼽'으로 피어날 수 있길 바래본다.
# 멕시코의 어원은 수업시간에 들었던 걸 바탕으로 스페인어 위키 + 몇 가지 웹 사이트를 참고로 작성했습니다.
# 숙제가 밀린 저는 에어컨 있는 스타벅스로 도망가서 이 무더운 주말을 버텨내려구요. 아아, 한국에선 에어컨으로부터 도망다니기 바빴는데.
# 혹시 궁금하신 거 있으세요? 멕시코나 멕시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