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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냥 Jun 10. 2016

판초, 자기, 안녕.

에메필 같던 당신.

#01.



친애하는 판초.


그 오래된 파자마를 입고,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면서 읽고 있는 당신이 떠오르네. 

그다지 유쾌한 상상은 아닌걸.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그 파자마를 단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잖아.

자기, 정말 뚱뚱한 생쥐처럼 보인다구, 그 파자마를 입으면!

아마 당신을 자기라고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을 지도 몰라...우린 이제 더 이상 그런 사이가 아닌걸...

그래, 맞아, 자기, 나는 지금 자기랑 헤어지는 거야. 놀랐어? 아닐 거라고 생각해.


요 며칠 간 나는 당신과 나,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좀 했지. 그래, 나도 생각이란 걸 가끔은 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우리 엄청 별로였잖아. 

계속 상대방한테 신경질을 내면서 서로 속을 북북 긁어대기 바빴잖아.

그리고, 판초, 나는 지쳤어.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게 당신 탓은 아니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과 함께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당신과 끝내게 되어서 무척 슬프지만, 이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


애인이란 건 에메필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던 내 농담 기억나? - 둘 다 데낄라에 쩔었던 그 밤 말이야. 하긴, 그런 적이 너무 많긴 하다, 우리. 

둘 다 없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했던 거 말이야. 

사람들은 에메필이 없어도 잘 살고, 자기, 허니, 내 사랑, 내 작은 뻐꾸기, 뭐든 간에 그게 없어도 잘 산단 말이지. 

그런데 일단 누군가의 삶이 그 두 가지에 익숙해지는 순간, 모든 게 바뀌지. 

바뀌는 건, 사실, 그 사람 하나라고 말하는 게 낫겠다. 

남자친구나 에메필이나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단 건 여전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그 두 가지가 없는 삶을 상상하는 게 불가능해져.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자기 애인 없이 사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멍청한 헛소리야.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제껏 일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잖아.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약 결혼했더라면, 로미오가 자기에게 소홀한 거 같다며 줄리엣이 징징대거나, 줄리엣이 너무 옷을 사재낀다는 이유로

둘이 매일 싸웠을지 알 게 뭐람. 

시간이 흐르고 모든 건 바뀌지. 딱 하나, 예쁨 받고 싶다는 마음만 빼놓고 말이야. 모든 건 거기서 시작돼.

난 자기랑 데이트를 처음 했던 날부터 에메필을 입기 시작했어. 당신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거든.


우린 모두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잖아. 

약간의 가장이랄까, 예의랄까, 암튼 그건 꼭 필요해. 

하지만 우린 지나쳤어, 자기야.

처음에 나는 필요할 때만 에메필을 입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걸 매일 입기 시작했지. 예뻐 보이거든. 

하지만 그래봤자, 그건 에메필이야!

내께 아니지!

당신에게 말한 것처럼, 그게 꼭 필요하진 않지- 당신처럼.


판초, 당신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나 슬프고 어렵지만, 

난 우리 관계 역시 '에메필'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해.

당신과 헤어진다면 나는 너무나 외롭겠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홀가분할 거야. 에메필을 입고 있지 않는 지금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판초, 자기, 안녕. 


A컵에 대한 애정을 담아,

니꼴렛.





                              

# 02.


Querido Pancho


Puedo imaginarte restregándote tus ojos soñolientos en tus pijamas viejas. Pues, no es una imaginación tan agradable, porque, como tu sabes, nunca me ha gustado tus pijamas. ¡Pareces un ratón gordo, cariño! Talvez no es adecuado llamarte cariño, porque ya no somos novios...

Si, eso, cariño, estoy rompiendo contigo. Te asustó? Pienso que no. 


Estos días estaba pensando en tu y yo, nuestra relación. Si, puedo pensar. 

No sé desde cuando, pero sé que estos días no somos felices. Siempre hemos estado hartos uno del otro, criticándonos.  Cansados. Si, Pancho, estoy cansada. No estoy feliz. No es tu culpa, no quiero estar contigo más. Si, siento muy triste terminar contigo, pero creo que es la mejor opción.


Recuerdas mi chiste de que los novios son como los rellenos? La noche que nos agarramos un buen pedo de Tequila...pues....hubo mucho...

Ninguno de los dos son indispensables. Todos pueden vivir sin sus rellenos o su querido novio, amor, cual sea. 

Pero una vez te acostumbres tu vida a los dos, todo cambia. Es mejor decir, es tu que cambias. Los dos son todavía indispensables, pero ya te pareces impossible ensar la vida sin su amor o sus rellenos. 


Es una exageración tonta que diga es imposible imaginar su vida sin su amor, porque ya ha vivido su vida sin conocerlo. Seguro que Romeo y Julietta también se hubieran peleado porque Romeo nunca  ponía suficiente atención a Julietta o Juliett gastaba demasiado en su ropa o cualquier cosa. El tiempo cambia todo, excepto las ganas de ser agradable, ser amado. Todo empieza desde allá. Me puse los rellenos dede el primer día cuando sali contigo porque esperaba que me vieras agradable, que te gusté. 


No hay duda de que todos hacen esfuerzos para mostrar lo mejor a los otros. Disfraces es necesario. Pero fuimos demasiado lejos. Al principio me puse los rellos solo cuando los necesitaba, pero me di cuenta de que no podía resistir mi gana de ponérmelos todos los días. Se ve bien, pero es una fantasía. Como te dije, no son indisensables en mi vida. 


Pancho, es muy triste y dificil decirte "adios" pero nuestra relación también llegó a punto de fantasía. Totalmente fantasía. Seguro que voy a quedarme muy solitaria, pero al mismo tiempo, seré libre, como ahora, sin los rellenos. 


Entonces, Pancho, cariño, adios.




#03.


학원 숙제였어요. 요즘 미니픽션을 많이 읽는데, 사마귀는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는 걸 남-녀 관계에 적용한 글을 읽은 뒤에 나온 숙제.

남-녀 관계를 비유할 수 있는 알레고리를 넣어서 짤막한 글 써오기. 


에메필이라기보단 사실 뽕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인데 뽕, 뽕, 뽕, 거리니까 어감이 이상해서 에메필로 대체.

내 껀 아닌데, 하도 입어서 내 꺼 같은데, 근데 내 껀 아니고,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는데, 없으면 허전하고....응...그렇죠....남자분들 깔창이란 비슷한 느낌? 


내께 아니지!!

라고 소리내서 읽으면 엄청 와닿는데, 글로 적으니까 뭔가 잘못 적은 거 같은 느낌이예요. 뭔가 잘못 적은 거 같달까.


마침 브금으로 브금으로 버즈 노래가 나오네요. 

너무 사랑했던 나를, 크게 두려웠던 나르을, 미치도록 너를 그리워했떠어어언 나아아아알 이제는 놓아주어어어어어어

완전 에메필 얘기 같네요. 널 애용했지만, 뽀록날까 두려웠지만, 니가 모아주는 봉긋한 가슴골이 너무 그리워서 헤어나올 수가 없어...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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