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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현 Feb 27. 2024

사물이면

사회가 배어있는 사물들

나는 작품을 통해 사소한 것, 버려진 것, 무관심, 바닥, 비관적인 것들에 대해 사회가 규정한 위치와 평가, 접근법으로 응축된 관계를 흔들고자 했다. 그간 나의 소망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예술은 중심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쓸모없는 것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라는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말에 기대어, 나는 나의 생산물을 통해 실패의 쓰라림에 빛을 비춘다.  

내 작품의 존재 의의는 사회가 규정한 모든 주변부와 자잘한 것으로 분류된 수많은 ‘잡동사니’의 몫을 찾고 배제와 떠밀림으로 제거당한 꿈의 진전을 매개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찬밥 취급한 대상들에 대해 나는 나의 작품으로 존중의 밥상을 차리려고 했다. 드러나지 않는 노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높으신 그분들을 빛나게 하기 위한 침묵 병풍으로 동원되었던 익명의 다수를, 창조적 노동보다 기계적 노동을 당연하게 강요하는 시스템에 시달리는 저소득 주민과 자신의 창작 과정의 결과를 오랫동안 주장하지 못하고 남의 치적 쌓기의 재료로 이용당했던 침묵의 보통이들을 적어도 내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대접을 하고자 나는 기꺼이 나의 노동을 교환했다.  

결과만 부각되어 보이지 않는 과정을 드러내고자 나는 2~3개의 드로잉 작품을 1개의 작품으로 결합한 후 조명기구로 하나의 작품에서 중간의 과정들을 밝혔다.

모든 것이 쉽게 소비되는 시대에 상실되는 인간성의 회복을 꾀하는 창의적 활동은 인간의 동등한 권리이다. 이 권리를 공유하기 위한 나의 노동 교환도 다양한 형태로 계획된다. 나의 존재와 시간이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잊지 않고 작업을 통해 갚는 것이 작가의 존재 이유임을 깨닫는다. 더 우직하고 더 투박하고 더 거칠게 긁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려서 체념의 굳은살 속에 감춰진 삶의 상처를 표현하기 위한 나의 우연과 계획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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