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를 위한 헌정 전시 글
할머니의 삶은 폐지, 의류, 고철의 무게로 건조하게 측정되어 Kg당 정해진 금액으로 냉엄하게 환산될 뿐이다.
나의 작품도 종이 무게로 환산된다. 내 작업을 할머니의 삶에 맞춰 실질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나의 작업은 할머니의 폐지수집과 환산과정에서 몇 원의 가치조차 보탤 수 없는 미미한 무게이다. 그럼에도 나의 작품은 엄연히 존재하는 실질적인 현물의 무게로 할머니의 교환과정에 채워지기를 원한다.
내 작업의 의미는 딱 몇 그램만큼이라도, 그 만큼 만의 무게라도 누구에게 실질적으로 전달돼, 작지만 깊은 소통을 희망하는 것이다.
현실은 쉽게 쓰고 쉽게 버려진다. 상품이든 인간이든.
버려진 물건은 할머니의 선택을 통해 새롭게 재활용의 순환을 시작한다. 할머니가 촉발시킨 이 순환의 출발은 버려진 것들의 새로운 탄생을 기약하는 동시에 할머니의 삶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주목 없이 버려진 사람들도 같은 인간이게 반드시 남기고 싶은 자신의 목소리가 있다.
할머니처럼 나도 배제된 목소리를 수집하고 기록하며 그들의 표현과정에 기꺼이 나를 사용하고 싶다.
각각의 쓰임새를 만드는 서로 다른 노동 이면에 인간 공통의 노동이 있기에 교환이 가능하듯,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 공감으로 나를 교환하고 싶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