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용 Apr 11. 2024

타이포그래피, 흰 강 현상

사진: Unsplash의Jack Anstey

글을 디자인할 때면 '보는 글'과 '읽는 글'을 구분한다. '보는 글'은 웹자보의 행사 제목이나 간판에 쓰이는 가게 이름처럼 짧은 글을 말하고, '읽는 글'은 행사의 설명이나 책의 본문처럼 어느 정도 길이가 있는 긴 줄 글을 말한다. 판독성과 가독성은 각각 보는 글과 읽는 글을 판단할 때 쓰인다. 한눈에 정보를 파악하기 좋다면 판독성이 좋다고 하고 긴 호흠으로 읽기 편하다면 가독성이 좋다고 한다. 타이포그래피에서는 보는 글과 읽는 글을 위한 여러 관례가 존재하는데, 가독성에 관한 관례 중 하나가 '흰 강 현상'을 피하는 것이다. 흰 강 현상은 긴 줄글에서 단어 사이 공간이 글줄 사이 간격보다 넓어서 그 공간이 수직으로 흐르는 강줄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평으로 읽어야 할 글에 수직 동세가 생기니 읽기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비유라 한번 알게 되면 잊혀지지 않는 개념이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타이포그래피 관련 책을 다시 읽는데 마침 '흰 강 현상'이란 개념이 나왔기 때문이다.


발췌

"낱말사이는 단어와 단어의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단어들을 구분하며 글줄에서 리듬감 있게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나치게 넓은 낱말사이는 글줄의 시각적 질감을 파괴하고 시선의 연속적 흐름을 방해한다. 마찬가지로 너무 좁은 낱말사이는 단어들을 너무 달라붙게 해 단어를 구분할 수 없게 한다.

낱말사이를 잘못 다루면 일명 '흰 강'이라 불리는 치명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현상은 글줄에 있는 낱말사이들이 수직으로 이어져 마치 흰색의 강줄기가 흐르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낱말사이가 너무 넓거나 글줄사이가 너무 좁은 경우에 나타나며, 수평으로 움직이는 시선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한다. 흰 강 현상은 특히 신문처럼 폭이 좁은 칼럼에서 타입의 양끝맞추기로 정렬할 때 자주 등장한다."

_ 책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_ 원유홍] 중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 차이를 만드는 행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