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장'이란 주제로 모여서 이야기할 일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마주한 '성장'이란 단어가 꽤 어색하고 옛날 일 같이 느껴졌다.
처음 디자인을 일로 시작할 때는 '성장'에 집착했다.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었고, 실제로 더 잘해야 했다. 회사를 다니며 따로 공부도 하고, 누가 시키지 않은 프로젝트도 만들어서 해보고, 돈이 되지 않는 외주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디자인과 나를 분리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자연스럽게 번아웃이 왔다. 아마 그즈음부터 성장이란 단어와 멀어졌던 것 같다.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성장이 아닌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내가 무엇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 역시 능력이니까. 성장의 의미가 그때와는 달라졌다.